▲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21일 고 박형규 목사의 빈소에서 회동했다. 두 사람은 향후 ‘좋은 자리’에서 다시 만나 “얘기를 나누자”고 약속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다시 한 번 나섰다. 지난 21일 고 박형규 목사의 빈소를 찾아 상주 역할을 하고 있는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화를 요청했다. 6개월 만이다. 지난 2월 사위상을 당한 손학규 전 대표를 조문한 자리에서 “도와달라”고 요청한 바 있는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보다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손학규 전 대표의 말대로) ‘저녁이 있는 삶’이 요즘 정말로 필요한 때”라면서 “언제 한번 편한 시간이 있으면 ‘저녁이 있는 삶’과 ‘격차해소’ 문제에 대해 깊은 말씀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저녁이 있는 삶’은 손학규 전 대표의 정치철학과 비전을 담은 표어다.

◇ “한번 만나자” 안철수 제안에 손학규도 “좋다”

손학규 전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산에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올 때마다 아주 어려운 얘기들을 하는데, 서민들 민생이 어려워지고 사회적인 격차와 불평등이 더 심해지고 있다”면서 “좋은 자리를 갖고 얘기를 나누자”고 답했다. 이날 손학규 전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의 어깨와 손을 다독이며 친밀감을 보이기도 했다.

때문에 두 사람의 회동 분위기는 훈훈했다. 안철수 전 대표와 동행한 김영환 사무총장은 “우리 당에서 ‘저녁이 있는 삶’을 쓸 테니 사용료 없이 쓰게 해 달라”면서 “저희가 집(당)을 잘 지어놨으니, 하산하시면 들러 달라”고도 했다. 사실상 입당 권유다. 손학규 전 대표는 미소를 잃지 않았지만,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

▲ 손학규 전 대표의 ‘입’에 야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직접 영입에 나선 만큼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야권은 다시 손학규 전 대표의 ‘입’으로 이목이 쏠렸다. 안철수 전 대표까지 영입전에 나서면서 양측의 연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해석에서다. 실제 손학규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측은 서로에 대해 ‘호감’으로 표시한다. 10여 년 전의 인연이 두 사람의 공통분모가 됐다.

손학규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를 지낼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융기원) 건립을 추진하고, 1500억원의 예산을 투자했다. 이와 관련, 그는 “서울대가 융기원을 만들려고 했는데, 예산이 없고 정부도 관심이 없어 첨단과학기술 육성에 관심이 있는 나에게 왔다”면서 “경기도가 국가적 차원의 과학기술 발전사업을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2011년 6월부터 이듬해 대선을 앞둔 9월까지 융기원 원장을 지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인연은 ‘안랩’으로 이어졌다. 안랩의 전신 ‘안철수연구소’가 사옥을 마련한 경기도 판교 테크노벨리가 바로 손학규 전 대표의 작품이다. 손학규 전 대표는 “부지 확보를 위해 (경기도지사) 임기 내내 정부와 싸워서 기공식까지 마치고 나왔다”면서 “중소기업 육성을 경제 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도지사 재임 기간 동안 114개의 외국 첨단기업과 141억원 달러 외자 유치, 8만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에 대한 안철수 전 대표의 존경심은 남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일까. 안철수 전 대표의 온건·합리적 이미지와 중도적 성향이 손학규 전 대표와 닮아있다. 한때 안철수 전 대표의 멘토로 불린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두 사람이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 비슷한 생각이 많으면 언제든지 손을 잡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 철새 비판, 안철수 페이스메이커 우려 떨칠까

하지만 손학규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손을 잡기란 쉽지 않다. 손학규 전 대표가 현재 당적을 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할 경우 과거 한나라당 탈당 이력이 불거지면서 ‘철새’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비판을 감수하고 국민의당에 입당하더라도 전망이 밝진 않다. 사당화 논란을 불러올 만큼 당내 안철수 전 대표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만큼 내년 대선에서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그칠 수 있다. 이른바 ‘제3지대론’이 나오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연대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손학규 전 대표가 입당할 경우 경선규칙 결정권까지 내줄 생각이다. ‘선출직 당직자가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기 위해선 1년 전 그 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을 6개월로 고쳐 영입 인사들이 직접 비대위원장을 맡아 경선룰을 만들고 이후 경선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손학규 전 대표의 선택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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