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삼성생명이 삼성증권 지분을 매입키로 하면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은 만큼, 성급한 판단은 이르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삼성생명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화재가 보유 중인 삼성증권 지분 8.02%를 2342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취득 후 지분율은 기존 11.14%에서 19.16%로 늘어난다.

이번 지분 매입에 대해 삼성생명은 “보험 영업과의 시너지 확대와 보험 자산 운용 제고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삼성그룹의 사업 재편 및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행보로 분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설은 시장에서 관측돼온 ‘지배구조개편 시나리오’ 중 하나다. 그간 시장에선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을 지주회사로,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두는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으로 관측했다. 

◇ 금융 계열사 지배력 강화… 지주사 전환 포석?

금융지주회사가 되기 위해선 금융 자회사의 지분을 30% 이상(비상장사는 50% 이상) 보유해야 하고, 최대주주 지위를 갖고 있어야 한다.

삼성생명은 꾸준히 그룹 내 ‘금융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며 지배력을 높여왔다. 지난 1월에는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의 지분 37.45% 인수하며 총 71.9%를 보유하게 돼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외에 삼성자산운용 지분 98.7%, 삼성SRA자산운용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금융 계열사 지분 가운데 30% 미만인 곳은 삼성증권과 삼성화재 (14.98%)다. 자격 요건을 맞추기 위해 이들이 보유한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재계에선 이번 지분 매입으로 이러한 개편 작업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선 ‘신중론’이 우세하다.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위해선 지분율을 맞추는 것 외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이슈는 삼성전자 지분 처리 문제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 지분 7.4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 출자 현황. <시사위크>
금융지주법상 금융지주사가 되기 위해서는 비금융 계열사의 1대주주가 되면 안 된다. 즉,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하고 1대 주주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2대주주인 삼성물산(4.2%)보다 적은 지분을 보유해야 하는 셈이다. 이 경우 매각 지분은 삼성그룹에서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

외부에 매각될 경우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금 여력이다. 이재용 부회장이나 그가 지배하고 있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한다면 지배력을 높일 수 있지만, 수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수 대금을 마련키가 쉽지 않다.

◇ 선결 과제 만만찮아 당장은 힘들 듯

삼성생명의 금융계열사 자사주 취득 문제도 간단치 않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의 자사주를 취득하기 위해선 먼저 순환출자 고리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현재 삼성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의 순환출자 고리가 남아 있다.  이를 해소하지 않고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의 자사주를 취득한다면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우선 삼성화재는 삼성물산 지분 1.3%를 털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지분 투자 한도 문제도 남아있다. 보험업법상 삼성생명의 계열사 지분 투자 한도는 총자산의 3% 이내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의 계열사 투자 한도는 6월말 기준 5조7608억원이다. 하지만 이번 삼성증권 지분 취득을 포함한 기투자금액은 5조2228억원이다. 남은 한도는 538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삼성화재가 보유한 자사주 15.93%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선 2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삼성생명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 삼성화재 지분을 취득하면 보험업법 상 계열사 지분 투자 한도를 초과하는 셈이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의 지분을 더 사기 위해선 보험업법상 총 자산을 늘리거나 다른 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선 삼성생명의 지주사 전환 작업이 급속도로 진행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강승권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19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배권 확보 필요성을 포함해 보험지주회사의 자회사가 제조업을 지배할 수 없다는 조항 해석 문제, IFRS4 및 신지급여력제도(RBC) 기준 확정시 지급여력 변동 가능성 등 향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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