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일고속 상근 감사가 오너일가의 친인척일 뿐 아니라 22년째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천일고속은 최근 주식시장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지난 19일 장중엔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며 15만1000원까지 치솟았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 매각설과 이에 대한 공식 부인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천일고속은 지난해에도 세간의 주목을 끈 바 있다. 고(故) 박남수 명예회장이 차명으로 보유 중이던 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해 두 손자 박도현 사장과 박주현 부사장에게 증여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주인이 바뀐 지분은 68.77%에 달했는데, 이 정도 규모의 차명주식 실명전환은 상장회사에서 전무한 일이었다. 당시에도 천일고속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 3월 천일고속은 또 한 번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때는 고배당 소식이 그 이유다.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각기 다른 이유로 세 차례나 상한가를 기록한 천일고속이다.

◇ 최대주주 외할머니 동생이 22년째 ‘감사’

이처럼 과거에 비해 주가가 크게 오르고, 여러 차례 상한가를 기록하며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는 천일고속. 하지만 회사 내부 감사의 견제 기능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일고속은 사외이사 1명, 감사 2명이 재직 중이다. 감사는 상근 1명, 비상근 1명으로 이뤄져있다.

주목할 이는 상근 감사를 맡고 있는 하인봉 감사다. 지난 6월 기준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그의 재직기간은 22년에 달한다. 놀라운 점은 그가 오너일가의 친인척이라는 사실이다. 하인봉 감사는 고 박남수 명예회장의 처남이다. 현재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박도현 사장에게는 외외종조(외할머니의 형제)가 된다.

하인봉 감사보다 두 살 어린 동생은 현재 천일고속 전무이자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주인공인 하종봉 전무는 40년간 천일고속에 몸담고 있다.

박도현 사장, 박주현 부사장 형제에 앞서 회사를 이끌었던 인물은 둘의 아버지인 박재명 회장이다. 박재명 회장을 기준으로 삼으면, 하인봉 감사와 하종봉 전무는 외삼촌이 된다. 흥미로운 점은, 박재명 회장의 나이가 두 외삼촌보다 많다는 것이다.

이런 관계 속에서 감사에게 독립성과 견제 기능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하인봉 감사는 지난해 드러난 차명주식 보유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 실적보다 큰 배당

▲ 천일고속은 지난해부터 실적보다 많은 배당을 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액이 오너일가에게 돌아가고 있다. <시사위크>
고 박남수 명예회장의 차명주식 실명전환과 손자에 대한 증여는 막대한 증여세를 발생시키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실행에 나선 이유는 고 박남수 명예회장의 건강 악화로 추정된다. 실명전환 및 증여가 이뤄진 것은 지난해 4월. 고 박남수 명예회장은 지난해 11월 별세했다.

이후 천일고속은 확연히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바로 고배당이다. 천일고속은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주당 6000원을 배당했다. 배당총액은 85억원이다. 천일고속이 이에 앞서 배당을 실시한 것은 2011년으로 당시엔 주당 400원, 배당총액은 5억원에 그쳤다. 

뿐만 아니다. 천일고속은 올해 들어 아예 분기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1분기 실적과 2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각각 5월과 7월에 배당을 실시했다. 주당 1500원, 배당총액은 21억4058만1000원이다. 상반기 배당총액은 42억8116만2000원. 분기 별로 나눠졌을 뿐, 이 추세라면 지난해와 같은 연간 주당 6000원 배당이 이뤄질 전망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천일고속의 이러한 고배당 행보를 증여세 마련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해 배당총액 중 오너일가에게 돌아간 게 72억원에 달했다. 올 상반기까지 더하면 100억원이 훌쩍 넘는다. 또한 고배당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오너일가의 자산증식 효과도 커졌다.

문제는 이러한 고배당이 실적과 무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천일고속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8억원, 46억원이었다. 훨씬 큰 규모의 배당이 이뤄진 것이다. 이는 올해 상반기 상황도 다르지 않다. 상반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3억원, 29억원인 반면, 상반기 배당총액은 40억원을 넘는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 관계자는 “사외이사와 마찬가지로 감사 역시 독립성과 경영진 및 오너일가에 대한 견제 역할이 필수”라며 “친인척 혹은 계열사 임원을 앉히거나, 지나치게 장기간 재직하는 것은 이러한 역할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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