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적 부진에 빠진 한국 피자헛이 국내 진출 31년 만에 매각설에 휩싸였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패스트푸드 빅3’인 피자헛·맥도날드·KFC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외식업 시장의 과열 경쟁과 웰빙 바람 등이 더해지면서 장사가 예전만 못해졌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해도 상상하기 힘들던 가격인하, 매각설 등 '빅3'를 둘러싼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이들 업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 31년 만에 매각설 휩싸인 피자헛

현대 문명의 상징이자 초강대국 미국의 자존심이기도 했던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전 세계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글로벌 외식 업체들이 옛 영광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패스트푸드 3대 대명사인 피자·햄버거·치킨을 대변하는 피자헛·맥도날드·KFC의 요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피자헛은 한국 진출 31년 만에 매각설에 휘말렸다. 최근 일부 매체를 통해 피자헛이 매물로 나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외식 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피자헛코리아는 “매각설은 사실무근”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1985년 피자헛이 한국에 첫 선을 보였다. 1년 전 이미 버거킹과 KFC가 안착했고, 피자 브랜드로는 피자헛이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업계에서 피자헛이 한국인들에게 피자라는 음식을 알리고 문화를 확산한 일등공신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첫 매장이 들어설 장소로는 ‘서울 속 작은 외국’ 이태원이었다.

피자헛의 한국 진출은 성공적이었다. 매장 수는 11년 만에 100개를 돌파했다. 한국에서 ‘피자=피자헛’이라는 등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자리 잡았다. 2000년대 들어서도 피자헛의 인기는 시들지 않았다. 국내 진출 20년도 안됐던 2003년, 피자헛 매장 수는 300개를 넘어섰다.

2000년대 후반 상황이 급변했다. 피자헛의 독주하던 국내 피자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가성비로 무장한 ‘동네피자’와 도미노·미스터피자 등 후발 주자들이 무서운 속도로 따라 붙었다.

이로 인해 2004년 3900억원을 웃돌던 연매출은 2014년 1100억원으로 곤두박질 쳤다. 10년 만에 매출이 4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영업익도 2013년부터 적자 전환했다.

외식업체 전반의 경쟁이 과열된 것도 피자헛 몰락의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지난 14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식품산업 주요지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외식업체 수는 65만 1000개로 집계됐다. 인구 78.8명당 1개꼴이다. 이는 3년 전인 2011년 60만7000개였던(인구 83.6명당 1개)과 비교했을 때 연평균 7.2% 늘어난 수치다.

◇ 18년 만에 가격 내린 KFC, 새 주인 찾기 힘든 맥도날드

치킨의 대명사 KFC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지난달 실적 악화에 시달려 온 KFC는 특단의 카드를 빼들었다. 주요 제품의 가격을 최대 18% 내리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제품별 구체적인 할인율은 다음과 같다. ▲‘징거버거’ 세트 18% 인하(6700원→5500원) ▲‘타워버거’ 세트 15% 인하(7400원→6300원) ▲치킨 1조각 13% 인하(2300원→2000원) 등이다.

국내에서 KFC가 가격을 내린 건 18년 만이다. KFC는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 일부 제품에 대해 가격 인하를 실시한 바 있다. 가격 인상은 흔해도 내려가는 일은 드문 외식·유통 업계에서 단행된 이번 조치에서 KFC의 다급함이 느껴진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KFC의 실적은 매년 뒷걸음치는 상황이다. 2013년 115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4년 68억으로 떨어졌다. 급기야 지난해 11억원을 기록하면서 간신히 흑자를 유지했다. 적자라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KFC가 18년 만에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패스트푸드 1위 업체 맥도날드의 명성도 예전만 못하다. 국내에서 42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맥도날드는 매각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3월 미국 맥도날드 글로벌은 “한국에서의 성장 가속화를 위한 파트너를 찾는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미국 본사가 사실상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한국법인의 경영권을 매각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국 맥도날드의 영업이익은 2014년 44억원에서 지난해 2억원으로 줄었다.

현재 맥도날드 한국 법인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은 CJ그룹과 KG그룹-NHN엔터테인먼트 컨소시엄 등이다. 하지만 세부사항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두 업체가 부진에 빠진 건 무엇보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300개가 넘는다. 매장 수는 4만개를 바라보고 있다.

햄버거 시장 역시 최근 급변하는 추세다. 맘스터치 등 국내산 브랜드가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오픈한  미국 뉴욕의 명물 수제 버거 쉐이크 쉑의 돌풍 역시 맥도날드에겐 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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