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의 새 수장으로 각각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선출됐다. 두 사람의 선출로 2012년 대선에서 주도세력으로 떠오른 친박-친문계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주류 세력의 조직력은 건재했다. ‘친박’ 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과 ‘친문’의 지원을 등에 업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여야의 수장으로 선출됐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호남 출신 대표, 영남 출신 대표다. 뒤바뀐 프레임에서 지역주의 타파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이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비주류의 패배다.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계파 패권주의 청산을 주장하며 당권에 도전했지만 주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사실상 친박계와 친문계가 당을 장악했다는 의미다.

◇ 조직력 확인한 친박-친문계… 대선후보 경선 유리한 고지 선점

친박계와 친문계의 건재는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문재인 후보를 내세운 주도세력이 여전히 당내 주류를 형성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에 따라 차기 대권주자 결정도 이들이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당 대표 선거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결과적으로 내년 대선 경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는 친박계에서, 더민주 후보는 친문계의 문재인 전 대표가 선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대선 경선 관리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된 새 지도부는 경선룰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자신과 가까운 진영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 내년 대선 경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는 친박계에서, 더민주 후보는 친문계의 문재인 전 대표가 선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사실상 2012년 대선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뉴시스>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친박계와 친문계는 추석 연휴 이후 본격적인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좀 더 바쁜 쪽은 친박계다. 정권재창출의 바통을 이어갈 친박 후보부터 찾아야 한다. 20대 총선까지만 하더라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친박 후보군에 포함하며 그를 물밑 지원했지만, 전대를 앞두고 거리가 생겼다. 오세훈 전 시장이 비박계 후보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친박계의 분통을 산 것. 친박 후보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반기문 대망론’은 친박의 호재로 작용됐다.

 

이정현 대표는 전대 승리 직후 “외부에서도 대선후보를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문호를 개방한 다음 아주 치열한 경쟁을 하게 할 것”이라는 게 그의 계획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올해 연말 임기가 종료된다. 그의 영입을 위한 친박의 물밑 작업이 예상되고 있지만, 정작 반기문 총장은 친박의 러브콜이 부담스러운 눈치다. 총선 결과로 나타난 민심 이반 때문이다. 한 측근은 “친박 지도부가 반기문 총장의 출마에 유리한 것으로 보도되지만, 우리 생각은 다르다”고 전했다. 친박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면 친문계는 속도전이 예상된다. 유력한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가 중심을 잡고 있는 만큼 당내 대선후보를 선출할 경선 준비 체제에 빠르고 적극적인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대표도 전대 과정에서부터 ‘호문(문재인 호위무사)’으로 불릴 만큼 ‘문재인 대세론’에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공정한 경선을 강조하면서도 “1등 대선 후보를 깎아내리는 일은 절대로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당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등은 문재인 전 대표다.

특히 문재인 전 대표는 여야 후보를 모두 포함해서도 지지율 1, 2위를 다툰다. 맞수는 다름 아닌 반기문 총장이다. 친박계에서 반기문 총장의 영입에 고심하는 이유다. 친문계의 고민은 따로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다. 정계 복귀를 앞둔 손학규 전 통합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후보 단일화를 거부할 경우 야권표 분산은 물론이고 대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공교롭게도 더민주 전대가 열린 27일 저녁 손학규 전 대표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난다. 친문계의 속사정도 편치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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