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0일 국토부가 택배차 허가제를 등록제로 변경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앞으로 거리에 노란색 번호판을 단 택배차량이 더 많아질 전망이다. 영업용 택배가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일정 요건 충족 후 정부에 등록 요청만 하면 택배차량으로 영업이 가능하다. 법인은 20대 이상의 차량만 보유하면 영업용 화물 허가를 받을 수 있어 물류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 12년 만에 진입장벽 ‘철폐’

30일 국토부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1.5톤 이하 택배용 영업 소형화물차 등록에 대한 자유로운 허가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진입장벽을 대폭 낮춰 급증하는 택배 물량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개인과 법인 모두 적용대상이다. 다만 법인은 ▲20대 이상 직영 차량 보유 ▲양도 금지 ▲톤급 상향 금지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번 소형 택배차량 증차 규제 폐지는 12년 만이다. 종전엔 ‘수급 조절제’를 실시해왔다. 정부가 매년 영업 화물차 신규 허가 및 증차 대수 총량을 결정하고 제한적으로 허가를 내주는 식이다. 2004년 화물차량이 무한정 풀려 운송단가 인하 등 부작용이 커지자 신규증차를 제한해 화물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적정선을 유지해왔다.

‘쿠팡’은 이번 규제완화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힌다. 애초 이번 택배차량 등록제도 쿠팡 ‘로켓배송’ 위법성 논란에서 촉발됐다. 화물운송법에 따르면 운송 사업은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을 받아야만 유상운송이 가능한데 쿠팡은 일반 흰색 번호판을 단 자가용을 배송에 투입했다. 이에 대해 지난 5월 한국통합물류협회가 쿠팡의 로켓배송이 위법이라며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국토부가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최종적으로 택배차량 허가제를 등록제로 바꾼 것이다.

정부가 화물운송 관련 규제를 고치면서 쿠팡은 ‘로켓배송’ 위법성 논란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그간 택배업계와의 갈등을 털고 노란색 번호판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국토부에서 진행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또 향후 로켓배송 운영 형태도 지금과 동일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영업용 차량 등록을 따로 요청하지 않고 지금처럼 흰색 번호판으로 택배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 물류협회, "민형사소송 계속하겠다"

쿠팡은 지난 5월부터 불거진 택배업계와의 공방에서 로켓배송은 수익 사업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이라 화물 운송차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영업용 차량을 발급받을 경우 기존 영업형태의 부당함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라 영업용 차량 발급시도가 어려울 것이라고 해석했다.

물류협회는 5월 쿠팡 로켓배송에 냈던 민형사 소송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물류협회 관계자는 “국토부가 내놓은 규정은 쿠팡과의 공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2년간 쿠팡이 부당한 택배업을 해온 것에 대해 소송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쿠팡과 물류업계의 공방으로 기존 물류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쿠팡뿐만 아니라 일부 물류업체들도 그간 흰색 번호판을 단 자가용을 택배사업에 투입해왔기 때문이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3만5000명의 택배업 종사자 중 1만3000명이 일반 차주”라며 “택배물량은 급증하는데 차량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일반 자가용도 급하게 투입해왔다”고 밝혔다.

차량 가뭄에 시달려온 물류업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한 업계 종사자는 “당연히 정상화되어야 했을 문제”라며 “개인 차주가 택배업을 하다 적발되면 벌금 및 영업정지 등 생계에 위협이 됐는데 이번 규제 완화로 떳떳하게 영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대형마트나 오픈마켓 등 자체 유통망을 가진 업체들의 직접배송 서비스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쿠팡과 같은 유통‧제조업체도 차량대수 조건만 충족하면 화물운송 시장에 합법적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아직 규정을 검토 중이지만 직접 배송을 하면 중간 유통마진이 더 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최근 소비자들이 온라인몰 등으로 배송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데 하나의 사업모델로 검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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