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당대회를 모멘텀으로 더민주가 친문 대 비문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비문주자들 가운데 안희정 충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세론’이 더민주의 화두다. 전당대회 결과 친문재인계 인사들이 지도부를 싹쓸이 했고, 지역별 도당위원장 경선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더민주의 대선후보는 문재인으로 굳어졌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먼저 추미애 신임 당대표는 ‘문재인 수호천사’를 자처해 당선됐고, 양향자·김병관 최고위원은 이른바 ‘문재인 키즈’로 통한다. 특히 추미애 대표는 54.03%의 안정적인 과반 득표율로 당선됐다. 여기에 친노로 분류되는 김상곤 후보의 득표율 22.08%를 더하면 75%가 넘는다.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친노주류가 더민주를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추미애 54.03% vs 이종걸+김상곤 45.97%

때문에 문재인 대항마로 거론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등의 대권도전은 어렵게 됐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더민주 전당대회 직후 ‘제3지대 통합설’이 거론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나 당내 여론 흐름에 밝은 사람들은 조금 다른 시각을 내놨다. 과거의 프레임으로 보면 친노가 압도적인 것은 사실이나, 친문과 비문으로 나눈다면 세력이 엇비슷하다는 것이다. 전당대회 선거캠프에도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분당 전 ‘친노와 비노’의 프레임에서는 7대 3으로 친노가 압도적이다. 그러나 친문 대 비문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55대 45라는 구도가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 더민주 당대표 경선결과 친노와 비노 프레임으로 보면 75대 25의 결과지만, 친문 대 비문의 관점에서는 55대 45로 볼 수 있다.
실제 이번 더민주의 전당대회는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거리감’에 따라 후보들의 차별성이 부각됐다. “대선후보를 지켜야 한다”는 추미애 후보는 문 전 대표와 가장 가까운 것으로 분류됐다. 반면 이종걸 후보나 김상곤 후보는 “공정한 대선경선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거리를 뒀다. 문 전 대표를 기준으로만 표심을 가른다면 55대 45의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친노와 친문의 분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물론 이종걸 후보와 김상곤 후보를 지지했던 당원들의 ‘결’은 다르다. 문재인으로는 안 된다는 ‘반문’과 문재인만으로는 안 된다는 ‘비문’의 차이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문 전 대표 외에 다른 대선주자를 띄워야 한다는 목표는 일치했다. 차후 대선경선 과정에서 이들의 표심에 따라 ‘문재인 대세론’의 강력한 대항마가 만들어 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 전대서 문재인 보다 더 호응 받았던 박원순·안희정

대권도전을 공식화한 김부겸 의원은 “새 지도부가 균형보다는 집중에 무게가 실린 구성인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대선 경선 결과까지 이미 정해진 듯이 말하는 것은 지나친 예단이다. 이 당이 그렇게 정해진 길로 쉽게 가는 당이 아니고 제가 만나 본 당원들의 뜻도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는 “대선후보가 되는 게 아니라 대선에서 이기는 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당원들의 고민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당원들의 전략투표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특히 주목받는 인물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다. 실제 더민주 전당대회 현장에서 박원순 시장과 안희정 지사가 등장하자 대의원들은 큰 함성과 환호를 보냈다. 구체적인 수치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문 전 대표에 대한 갈채보다 더 컸다는 게 현장 취재기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박원순 시장의 경우 당내 세력은 약하지만 서울이라는 가장 큰 표밭을 텃밭으로 삼고 있다. 또한 호남지역에서의 지지율도 3~4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비문세력을 모으고 호남의 지원을 받는다면 구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안희정 지사의 경우는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세력과 ‘교집합’이 있다. 이들 일부를 흡수할 경우 비문주자로서 역전을 노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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