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교섭단체대표연설에 나서 야당의원석을 보며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호남에 정식 사죄했다. 또한 호남이 주류정치의 일원이 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도모하자고 제안했다. 차기 대선에서 호남표 20%를 가져오겠다는 ‘서진전략’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모습이다.

5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 나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연설 말미에 “호남출신 당 대표가 아니라 보수 우파를 지향하는 새누리당의 당 대표로서 호남과 화해하고 싶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이 대표는 “새누리당과 새누리당 전신, 지금의 새누리당 정부와 이전의 보수 정부가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호남을 차별하고 호남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며 “새누리당 당 대표로서 이점에 대해 참회하고 사과드린다”고 반성했다.

◇ “정부여당 대표로서 호남차별에 참회하고 사과”

그는 “호남이 당장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다고 해서 호남이 변방정치에 머물러 있을 이유가 없다. 호남도 주류정치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면서 “방법을 도모하겠다. 대한민국이 또 한 번의 재도약을 위해 호남과 새누리당이 얼마든지 연대정치, 연합정치를 펼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대목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큰 박수로 화답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새누리당의 ‘서진전략’과 연관이 깊다. 전남 곡성출신인 이 대표는 보수당 의원의 비서관으로 시작해 무려 17계단을 밟아 대표자리에 올랐다. 허약한 당내 기반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를 통해 당선된 것은 개인적 성공신화와 함께 호남표심을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대표는 “새누리당이 호남을 배려하고 호남을 위한 정책을 펼친다면 (차기 대선에서) 20% 이상 능히 할 수 있다”고 누차 강조한 바 있다. 무엇보다 야권지지세가 강한 호남지역의 1표를 가져오는 것은 2표의 효과가 있어, 차기대선의 당락까지 좌우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의 서진전략은 호남출신의 유력 차기대선주자가 없다는 점에서 파급력을 갖는다. 실제 야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나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모두 부산이 고향이다. 김부겸 의원이나 안희정 충남지사, 손학규 전 대표 등도 호남출신 인사는 아니다. 야권의 뿌리임에도 호남출신 대선잠룡이 없다는 점에서 호남민심은 요동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 유력 대선주자 없는 호남, 새누리당 서진전략 먹힐까

▲ 4.13 총선 결과, 호남지역의 정치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를 포함해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나 반기문 총장 중 누구도 호남지역 우세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데이터=리얼미터>
이는 호남지역 지지율에서도 드러난다. 호남지역 여론은 문재인 전 대표나 안철수 전 대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박원순 서울시장, 손학규 전 대표 등이 모두 난립하며 누구하나 우세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TK 등 여권의 텃밭에서 반 총장의 지지율이 독보적으로 나오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관련기사 : 문재인 싫고, 안철수 꺼림칙, 손학규 약해서… 호남, 대안후보 물색하나>

이에 대해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트리니타스칼리지 초빙교수는 “서진전략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판단했다. 차재원 교수는 “4.13총선을 통해 호남지역의 정치적 변동성이 커졌다. 고토를 회복하려는 더민주와 수성에 나선 국민의당 틈바구니에서 새누리당에게 호남은 기회의 땅이 됐다”며 “새누리당의 호남진출에 대해 이정현 대표의 진정성도 강한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호남지역 20% 표심확보에 대해서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20%의 큰 표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이 대표의 말처럼 호남지역 정파와 손을 잡아야 하는데, ‘친박’의 색이 강한 이 대표와 손을 잡을 호남정파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는 게 차 교수의 분석이다.

야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호남 1당인 국민의당은 개각인선에 호남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진정성’을 문제삼았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호남에 대한 일방적 구애 역시 지난 번 청와대 방문 결과에서 드러났듯이 현실성 없는 언어유희에 불과한 것 같아 민망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더민주는 ‘호남발언’과 관련된 논평을 따로 하지는 않았다. 다만 내부적으로 경계의 목소리와 ‘개의치 않는다’는 시각이 상존했다. 한 재선의원은 “이 대표는 호남정치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평가한 반면, 당내 한 관계자는 “이를 무시했다가는 더민주가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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