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경기도는 '코오롱글로벌'이 시공을 맡은 '하남선 복선전철 5공구 건설공사'에서 부실시공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함.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영화 ‘터널’이 여름 극장가를 휩쓸고 있다. 관객 수 7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는 이 영화는 부실공사로 무너진 터널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대작이 즐비한 여름 시장에서 터널이 흥행할 수 있었던 건, 이 영화가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을 줬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최근 한 건설회사가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있는 ‘저가 하도급공사’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다. 헐값 입찰 의혹에 휩싸인 곳은 ‘코오롱글로벌’이 시공사인 경기 하남 5공구 공사 현장. 이 회사는 설계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하도급 업체와 계약을 맺으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 시공능력은 뒷전, 시장 논리에 치우친 하도급 입찰

‘하남선 복선전철 5공구 건설공사’에 제동이 걸렸다. 이 구간에서 부실시공이 우려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5일 경기도는 ‘하도급계약 심사위원회’를 열고, 해당 공사에 대한 적정성을 평가했다. 6일 그 결과가 발표됐다. 이날 경기도는 “부실시공이 우려돼 부적정으로 의결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경기도 관계자는 “평가 결과 적정기준인 90점에 미치지 못했다”며 “특히 부실시공이나 대금체불 등 훗날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최종적으로 이 같이 의결했다”고 말했다.

하도급계약 심사위원회는 도급금액에서 하도급부분의 금액이 82%에 미달하거나, 발주자 예정가격의 60%에 미달하는 경우 열리게 돼 있다. 이는 “지자체는 하도급계약 금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에 따른 금액에 미달하는 경우에 심사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시행령 제31조’에 따른 것이다.

경기도에 따르면 시공사 코오롱글로벌은 예정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하도급 업체와 계약을 맺으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비율은 45.48%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경우 코오롱글로벌은 70억원 가량의 이득을 볼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코오롱글로벌이 금전적으로 부당한 이득을 본다는 데 머물지 않는다. 경기도의 지적대로 저가 하도급공사의 경우 부실공사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안고 있다. 시장논리에 입각해 최저가 입찰에만 매달리다 보면, 하도급 업체의 시공능력은 뒷전으로 밀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코오롱글로벌'이 부실공사로 이어질 수 있는 하도급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은 영화 '터널'의 한 장면. <비에이 엔터테인먼트>
경기도가 부적정 결정을 내린 이유는 또 있다. 코오롱글로벌의 하청업체는 5공구 전체 공사의 기본을 다지는 작업을 수행하기로 돼 있어서다. 터널지반공사란 레일이 놓일 터널을 굴착해, 연약한 지반을 다지는 공사의 기본에 해당한다. 만에 하나 규격에 미달하는 자재 등을 사용할 경우, 대형 안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코오롱글로벌 “모든 과정은 적법한 절차 따라”

코오롱글로벌은 유통과 무역, 건설을 영위하는 코오롱그룹 계열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하남시로부터 하남지하철 사업구간 중 미착공 구간인 5공구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 공사는 연장 1.6㎞에 이르는 신장동과 창우동을 잇는 것이 골자다.

5공구의 전체 진행률은 4.5%에 머물고 있다. 다만 코오롱글로벌이 저가로 하도급을 주려했던 터널기반공사는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이번 저가 입찰 논란에 관해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경기도의 지적대로 재입찰을 하거나 직영으로 공사를 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모든 과정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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