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정치개혁'을,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민생경제'를,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문제'를 각각 강조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를 임하는 여야 3당 대표들의 각오와 함께 로드맵이 제시됐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정치개혁과 함께 ‘영호남 통합’에 방점을 찍었고,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민생과 경제에 중심을 뒀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조금 더 디테일한 해법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앞서 5일 교섭단체대표연설 첫 주자로 나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국민주도 정치혁명을 이루자’는 화두를 제시했다. 국회의원들의 갑질이나 특권의식의 문제점 설명에 장시간을 할애한 이 대표는 100% 외부인사로 구성된 위원회를 조직해 국회개혁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 ‘호남-새누리당 연대’ 강조한 이정현, 타당 대표연설에도 이례적 호평

특히 관심을 모았던 대목은 ‘새누리당과 호남 연합정치’였다. 호남출신임을 강조한 이 대표는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호남차별에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호남과 새누리당이 얼마든지 연합정치를 펼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국정감사와 2017년 예산안 심사가 예정된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새누리당의 친호남 정책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연설을 마친 다음날 이희호 여사를 예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입장은 타 당대표 연설에 대한 새누리당의 논평에서도 나타났다. 실제 새누리당은 이례적으로 추미애 대표나 박지원 위원장의 연설에 비판보다는 긍정과 칭송의 목소리를 냈다. 추 대표에 대해서는 “민생경제에 집중한 연설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고, 박 위원장에게는 “거대한 민심을 듣는 자리였다”고 호평했다. 여기에는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사전포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정치개혁’에 방점을 찍은 것과 달리 더민주 추 대표는 ‘민생경제’에 주목했다. 교섭단체대표연설의 대부분을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제언에 할애했다. 추 대표는 박 대통령을 향해 ‘비상 민생경제 영수회담’을 요청했고, 새누리당에는 ‘가계부채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 추미애는 ‘수권정당’ 강조, 박지원은 야권의 ‘선명성’ 부각

▲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통해 살펴본 각 현안에 대한 여야 당대표들의 생각
물론 사드배치나 세월호 특조위 연장문제, 백남기 농민 청문회 등 이념적으로 흐를 수 있는 현안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그러나 사드배치 반대를 전면에 내세우기 보다는 ‘민생을 위한 안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 강도를 줄였고, 세월호나 백남기 농민 사건 등에 대해서는 정부여당을 탓하는 대신 “야당도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친문’이 장악해 더민주가 강경파로 흐를 것이라는 우려가 연설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추 대표는 “합리적 정치를 먼저 시작하겠다. 국민만을 위한 민생경제와 통합의 정치로 신뢰받는 집권정당이 되겠다”고 강조하며 연설을 마무리 했다.

7일 마지막 대표연설자로 나선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경제보다는 ‘정치개혁’의 중요성에 무게를 뒀다. 무엇보다 야권의 이념과 가치를 강조, 선명성을 분명하게 드러내 관심을 모았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라는 게 박 위원장의 연설주제였다.

내용적으로도 예민한 현안문제를 언급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우병우 수석이 있는 한 검찰도 국정도 무너진다”, “국민의당은 사드배치를 단호하게 반대한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비판과 함께 ‘디테일한’ 대안도 제시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 그리고 쌀 풍년에 따른 농민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대북지원사업 재개, 검찰개혁 완수 등이다. 이밖에 개헌의 필요성과 함께 국민의당의 플랫폼 정당으로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박 위원장의 발언 내용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남북정상회담이나 대북지원을 통한 관계개선은 김 전 대통령이 남긴 유산이기 때문이다. 또한 “민주주의, 서민경제, 한반도 평화는 모두 무너지고 있다”고 언급한 대목은 김 전 대통령이 서거직전 강조했던 것과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이는 국민의당이 호남과 야권의 후예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3당으로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