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에 집중해 계파갈등을 녹여내겠다”던 이 대표의 첫 성과는 ‘전기요금 누진세 완화’에서 나타났다. 김종인 전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누진제 좀 어떻게 해보라”는 요구가 나오자, 바로 다음날 당정회의를 열고 개선책을 내놨다. 국민적 눈높이에서 미흡한 점은 “추후 보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당정회의가 더욱 빈번해진 것도 이 대표의 취임 후 변화된 모습이다.
◇ 형식·관행 탈피한 민생 광폭행보, ‘이정현스럽네’
최고위원회 운영방식을 바꾼 것도 이 대표다. 기존 새누리당의 회의방식은 참석자들이 각자 모두발언을 하고 비공개로 전환하는 식이었다. 참석자들의 공개의견을 확인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현안이 백화점식으로 흘러 집중되지 못해 봉숭아학당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또한 30~1시간 가까운 시간이 모두발언에만 소요된다는 점에서 낭비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최고위원회를 통해 계파갈등이 그대로 노출되고 격화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이 대표는 처음부터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 형식에 얽매이기 보다는 내실을 택했다.
‘서번트 리더십’을 강조한 만큼, 민생행보도 남달랐다. 미리 일정을 준비해 현장을 방문하는 게 일반적임에 반해, 이 대표는 사전일정도 없이 불쑥 현장에 나서는 일이 잦았다. 최근 진행된 군부대 방문도 잠시 머물며 사진만 찍고 가지 않았다. 자신의 과거 근무지를 방문해 병사들과 1박2일을 보내며 함께 먹고 자고 뛰었다. 격식을 타파한 민생행보에 ‘이정현스럽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이 대표는 “나는 작은 배”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간담회를 연 그는 “항모로서 당대표는 한 번 움직이기가 굉장히 힘들다. 나는 아주 몸을 줄여서 규모는 작지만 속도감 있는 작은 배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좋아하는 구태, 권위주의, 낡은 정치문화를 바꿔봐야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 ‘바람론’ 얘기한 이정현, 수평적 당청관계 미흡은 오점
야권에 친화적인 태도도 변화된 내용 중 하나다. 과거 새누리당의 의제설정 방식은 야권이 반대할만한 내용도 강행한 뒤. 반대만 하는 야당이라는 프레임으로 공격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달랐다. ‘호남-새누리당 연합정치’를 강조한 대목에서 두드러졌다. 또한 타당대표의 연설에 대해 비판 보다는 ‘높게 평가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저자세를 취했다.
이에 대해 그는 “나는 야당을 공격하거나 비난하려는 의도가 없었지만 이번 연설을 통해 상대방에서는 거슬릴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며 “작은 날갯짓부터 시작해 태풍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정치문화 개선에 노력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당연히 ‘당청관계’나 ‘우병우 수석’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이 대표는 ‘바람론’으로 답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늘 존재하고 있고, 일정한 힘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TV나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쓴소리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내 나름대로의 문제해결 방식이 있다”며 “쓴소리를 정치적으로 하느냐. 아니면 실질적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느냐 그런 차이라고 생각한다. 생각 이상으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