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에서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 유럽·유라시아·중동권 창립식이 열렸다. <UPF 제공>
[시사위크|런던=권정두 기자] 런던의 관문인 히드로 공항은 익히 알려진 대로 입국심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기자와 같은 비행기에서 내린 많은 한국인은 물론이고, 검은 피부 혹은 이슬람 전통복장의 외국인들에 대해 유독 깐깐한 심사가 이뤄졌다. 냉랭한 입국심사장 공기에서 테러와 외부인을 향한 영국의 우려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런던에서는 2005년 서유럽 최초의 자살폭탄테러인 ‘런던 지하철 테러사건’이 발생했다. 최근엔 인접국인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잇따라 대형 테러사건이 벌어졌다. 브렉시트(Brexit,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영국이지만, 유럽 전역에 퍼진 테러 공포에서만큼은 결코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입국심사장 모습이었다.

다행히 런던 전반의 분위기는 입국심사장처럼 차갑지 않았다. 쾌청한 가을 날씨 아래 사람들의 일상엔 여유가 넘쳤고, 고풍스런 도시 풍경은 아름다웠다. 특히, 거리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과 그들의 여러 언어 및 억양은 이곳이 ‘세계수도’ 런던임을 새삼 느끼게 했다. 런던은 300여개의 언어가 사용되며, 그만큼 다양한 국적과 인종, 종교가 모여 있는 도시다.

다양한 사람과 문화가 공존하는 런던에서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각)부터 9일까지 천주평화연합(Universal Peace FederationㆍUPF)이 개최한 국제 지도자 콘퍼런스(International Leadership ConferenceㆍILC)가 열렸다.

ILC 개회식 현장은 여러 인종과 종교가 어우러진 모습이었다. UPF가 내건 5대 핵심가치 중 하나인 ‘초민족·초종교·초국가적 협력을 통한 평화구축’이 작은 공간에서 실현되고 있는 느낌이었다. 개회식에는 영국 현직 상원 의원을 비롯해 유럽, 유라시아, 중동, 북아프리카 각국의 주요 전·현직 정치인과 학자, 종교계 인사, 그리고 UPF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잭 콜리(Jack Corley) UPF 유럽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는 실질적으로 어떻게 평화를 이룰 수 있는지 더 많이 생각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전쟁도 인간의 마음에서 나왔듯, 평화도 인간의 마음에서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 ILC 개회식 전 각국 참석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사위크|런던=권정두 기자>
◇ 각국에서 모인 대표자들, 평화를 논하다

2박 3일에 걸쳐 진행된 ILC에서는 평화에 관한 여러 주제를 놓고 민족과 종교, 국가를 초월한 토론의 장이 이어졌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난민 문제는 물론, 무역·경제 통합을 통한 평화·안보문제 해결, 종교적 과격주의 극복, 소셜미디어가 평화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당면과제들이 다뤄졌다.

주목할 점은 발표자 및 토론자로 나선 이들의 면면이다. 영국, 이탈리아, 덴마크, 포르투갈, 벨기에, 체코, 오스트리아, 라트비아, 코소보, 이스라엘, 몰타, 산마리노, 아제르바이잔 등에서 현직 국회의원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전직 정치인과 학자, 전문가, 종교인까지 포함하면 참가국은 40여개국에 달한다. 각자가 속한 국가와 민족, 종교, 그리고 입장과 상황은 다르지만 ‘평화’라는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 알프레드 모이지우 전 알바니아 대통령은 ILC 개회식에서 “정치지도자들이 만나서 평화에 대해 생각하고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UPF 제공>
알프레드 모이지우(Alfred Moisiu) 전 알바니아 대통령은 “정치지도자들이 이렇게 콘퍼런스에서 만나 평화에 대해 생각하고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정치인들이 직접 논의할 수 있는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은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파트미르 세지우(Fatmir Sejdiu) 전 코소보 대통령은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먼 미래를 보고 천천히 같이 해결해야 한다.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면 또 다른 분쟁이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로빈 이임스(Robin Eames) 영국 상원의원은 “모든 분쟁은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일어나고, 고통과 두려움을 낳는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것이 그 원인”이라며 “무지를 벗어날 때 평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 같은 자리에 모여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엘레오노라 베키스(Eleonora Bechis) 이탈리아 국회의원은 “지속가능하고 보편적인 내용을 서로 찾아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의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힐릭 바르(Hilik Bar) 이스라엘 국회부의장 역시 “국회의원은 나라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짊어지고 있다. 이렇게 각국 국회의원들이 모여 평화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로빈 이임스 영국 상원 의원은 “평화를 이루기 위해 같은 자리에 모여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UPF 제공>
◇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 ‘세계 소통의 장’ 될까

다양한 국가의 대표자들이 모여 진행한 이번 ILC는 UPF가 추진 중인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 창립과 맞닿아있다. 이번 ILC 중에는 민주주의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영국 국회의사당에서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 유럽·유라시아·중동권 창립식이 개최되기도 했다.

UPF는 지난 2월 한국에서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 창립 결의행사를 가졌으며 7월 아시아·오세아니아권, 8월 서·중앙아프리카권 창립식을 개최한 바 있다. 이번 유럽·유라시아·중동권 창립식에 이어 중·남미 및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컨퍼런스와 창립식이 열릴 예정이다. 연말에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이 미국에서 본격적인 깃발을 올리게 된다.

UPF는 세계적 차원의 국회의원 조직인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을 평화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전 세계 국회의원들이 모여, 평화를 위협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현실적인 대책과 협력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 ILC 참석자들이 영국 국회의사당에서 평화에 관한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UPF 제공>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은 어쩌면 꿈 같은 이야기일 수 있다. 갈등과 폭력이 끊이지 않고, 각자의 입장이 복잡하게 얽힌 현실에서 ‘평화’라는 단어 자체가 이상에 가깝다. 또 IS나 북한과 같은 극단적 집단 및 국가의 경우 참여를 끌어내는 것부터 쉽지 않다. 설사 모든 이들이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 해도, 결정적인 순간 이해관계 충돌을 해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따라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하다. 인류의 역사는 많은 갈등과 희생이 있었던 만큼 의미 있는 변화도 계속돼왔다. 그 변화는 이전까지 이상으로 여겨지던 것을 실현하며 이뤄졌다.

무엇보다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은 또 다른 ‘소통의 장’ 마련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평화를 추구하는데 있어, 소통 창구는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어떠한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이 그 문제를 해결하는 ‘핫라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번 ILC 및 창립식에 참석한 각국 인사들 역시 이런 측면에서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세계평화국회의원연합의 움직임이 지구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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