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파크 사업 수년째 제자리걸음, 잦은 설계변경에 90억 증발 위기

▲ 지난 2014년 7월 하이원리조트 워터월드(강원랜드 워터파크의 공식명칭) 기공식에서 내빈들이 발파버튼을 누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 강원랜드가 말썽이다. 복합 레저 단지를 꿈꾸며 추진한 워터파크 사업이 수년째 제자리 걸음인 가운데, 잦은 설계 변경으로 국부 유출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종합 리조트’ 변신 꿈꿨던 강원랜드

강원랜드가 혈세 수 십 억원을 날릴 처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야심차게 추진한 워터파크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되면서 공사비가 증발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 규모가 이미 90억원을 넘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강원랜드가 워터파크 사업을 추진키로 한 건 2007년경부터다. 설립 10째를 맞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시급했던 강원랜드는 가족형 리조트로의 변신을 꿰한다. 그 무렵 아시아 최대 규모 개장한 하이원 스키장은 강원랜드의 변신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았다.

고육책 성격이 짙었던 스키장은 대성공을 거뒀다. 개장 직전 월 평균 18만명 수준에 그쳤던 강원랜드 방문객은 1년도 안 돼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자신감을 얻은 강원랜드는 이참에 복합 레저 단지로 거듭나기로 하는데, 그 핵심사업 가운데 하나가 워터파크다.

1년여의 구상 끝에 강원랜드는 사업비 826억원을 투입, 2009년까지 사업을 마무리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마스터 플랜을 내놓는다.

하지만 스키장과 달리, 워터파크 사업은 더디게 흘러갔다. 해를 넘겨 개장이 가까워 왔지만 사업은 되려 뒷걸음질 쳤다.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지적과 함께, 용수공급 문제가 얽히면서 사업은 재검토 수순을 밟게 됐다.

지역사회의 반발도 거세졌다. ‘정선군 고한.사북.남면지역 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는 “가족형 종합리조트 완성을 위한 워터파크는 경영진의 미숙한 대응으로 사업 자체가 좌초위기에 놓여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엎친데 덮친격 사업성마저 불투명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2009년 감사원의 강원랜드에 대한 기관운영감사 결과, 1000억원 가까이 투입되는 워터파크 사업은 2041년이 되면 총 1476억원의 영업손실이 날 것으로 추정됐다.

◇ 오락가락 설계 변경에 혈세 90억원 ‘증발’

‘탈 카지노’를 꿈꾸는 강원랜드의 뜻은 쉽게 꺾이지 않았다. 2010년 말 당시 최영 대표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방문객들이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종합리조트로 재탄생시키겠다”며 워터파크 설립의지를 재천명한다.

그러면서 그는 자구책을 내놓는데, 권위있는 국책 연구기관에 해당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맡기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에 최 전 대표는 KDI(한국개발연구원)에 사업타당성 검토 용역을 맡겼고, 2012년 강원랜드는 그 결과를 토대로 1672억원 규모의 사업안을 재입안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또다시 변수가 생겼다. 수장이 교체되면서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최 전 대표를 이어 취임한 전임 최흥집 대표는 이사회 승인안을 백지화하고,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다.

여기서 최 전 대표는 실내와 실외 면적을 3대7로 정한 새로운 안을 내놓는다. 이는 당초 KDI 검증을 거쳤던 실내 대 실외 면적 비율 7대3을 완전히 뒤집는 결정이었다. 최 전 대표의 구상은 향후 수십억의 혈세를 낭비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설계안이 완료되면서 2014년 시작과 함께 시공사를 선정을 마친 강원랜드는 워터파크 설립을 위한 첫 삽을 뜨게 된다.

7년 만에 정상 궤도에 오른 워터파크 사업은 착공 1년도 안 돼 또다시 변환점을 맡게 된다.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최 전 대표가 지방선거 출마를 이유로 대표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이후 2014년 11월 새롭게 출범한 경영진은 실내·외 면적을 5대5로 변경안을 확정한다.

이와 관련 강원랜드 측은 당시 새 경영진의 번복은 경영 악화가 명백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린 신중한 결정이었다고 강조한다. 정선의 기후여건상 여름철 야의 영업일수가 40일 미만에 불과해, 실외 시설의 비중을 줄여야 했다는 것이다.

강원랜드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최 전 대표안이 자의적이고 비과학적임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유지해 시공했다면 그것이 오히려 관료주의적인 무사안일의 태도”라며 “공기업 CEO는 적자가 불을 보듯 뻔 한 상황에서 잡음 없이 임기만 채우면 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강원랜드 워터파크의 공정률은 10%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미 1차 공사에 투입됐던 혈세 90억원을 되찾을 길은 딱히 없는 상태다. 대형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지역과 국가를 생각하는 공기업 경영진들의 신중한 결정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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