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GMO 완전표시제' 실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국내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유전자변형농작물) 수입 현황이 공개됐다. 2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년 간 국내에 수입된 식용 GMO 농산물 실상을 밝혔다.

이번 자료는 경실련이 그간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공개를 꺼려왔던 기업과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상대로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공방 끝에 얻어냈다.

자료에 따르면 식품기업 5곳이 전체 수입량의 9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CJ제일제당, 대상, 사조해표, 삼양사, 인그리디언코리아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가운데 국내 최대 식품기업 CJ 제일제당이 1위의 오명을 안았다.

◇ CJ제일제당, GMO 수입 기업 1위 ‘오명’

경실련이 입수한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약 5년간 우리나라는 총 1067만712톤의 GMO 농산물을 들여왔다. 우리나라와 달리 아직 많은 국가들이 GMO 수입에 대한 체계적인 통계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있다. 그런 이유로 국내 GMO 수입의 심각성을 정확히 알기는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식용 GMO 수입에 있어서는 세계 최상위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20여년 간 질병 연구만을 해온 재미교포 1세 오로지돌세네씨는 자신의 저서 ‘한국의 GMO 재앙을 보고 통곡하다’에서,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식용 GMO를 수입하는 국가라고 주장했다.

해마다 수입하는 식용 GMO가 증가 추세에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2008년 155만3000톤이던 식용 GMO 수입량은 지난해 214만5000톤으로 38% 가까이 증가했다.

우리나라를 GMO 주요 수입국 가운데 하나로 만든 ‘주범’은 대기업들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내 주요 식품대기업 5곳은 1066만8975톤의 GMO농산물을 들여왔는데, 이는 전체의 99%에 해당하는 수치다.

▲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업체별 GMO농산물 수입현황. <경실련>
1위는 국내 최대 식품기업 CJ제일제당이다. 이 회사 한 곳에서만 340만 톤 가량(31.98%)의 GMO 농산물이 수입됐다. 이어 ▲청정원으로 유명한 대상이 236만 톤(22.12%) ▲사조해표 177만 톤(16.61%) ▲삼양 172만톤(16.11%) ▲인그리디언코리아 140만 톤(13.175) 순이었다. 이 가운데 유일한 외국계 기업인 인그리디언코리아는 국내 주요 식품회사에 전분당 제품을 공급해오고 있다.

품목별로는 식용 GMO 대두가 이 기간 490만5557톤 국내에 들어왔다. CJ제일제당과 사조해표가 거의 모두를 수입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역대 최고 수준인 약 70만 톤의 식용 GMO 대두를 수입했다.

CJ제일제당의 GMO 대두 사용 실태가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바이오안전성센터는 CJ제일제당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166만5807톤의 GMO 대두를 식용으로 수입했다고 밝혔다.

당시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수입한 GMO 대두는 식용유를 제조하는데 사용되고 있다”며 “식용유는 지방으로만 구성돼 있어 GMO 대두로 만들어도 안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기간 570만1533톤이 수입된 옥수수도 국내 식품기업들이 선호하는 GMO 농산물이었다. 대상과 삼양, 인그리디언코리아가 수입해 오던 GMO 옥수수는, 2013년 CJ제일제당이 합세하면서 4강 구도를 갖추게 됐다.

◇ 허술한 ‘식품위생법’… ‘GMO 완전표시제’ 실현되나

관심은 ‘GMO 완전표시제’로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GMO농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한 제품일지라도,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아도 된다. 현행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제조와 가공을 거친 후 DNA 또는 단백질이 남아있지 않은 GMO에 대해서는 표시 의무가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GMO를 가공해 포도당, 지방산, 아미노산 등 단백질이 아닌 다른 화학물질로 변했다면, GMO가 원료였다는 표시를 할 의무가 없다는 얘기다.

경실련 관계자는 “소비자의 기본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식품업체와 식약처 그리고 국회를 상대로 지속적인 정보제공 및 제도개선 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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