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국회의장 측은 지난 24일 본회의 투표 도중 의장석을 찾은 한 의원과의 대화 내용에서 “그냥 맨입으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야당의 입장을 설명해 준 것”이라면서 ‘오해’라고 해명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은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여당이 국회의사중계시스템 녹취내용을 근거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가결을 야당과 ‘작당’했다는 의혹 제기와 함께 사퇴를 촉구했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여당이 문제 삼고 있는 이른바 ‘맨입’ 발언의 경우는 오해라고 해명했다. 정세균 의장의 생각이 아닌 야당의 주장을 설명했다는 것. 일종의 해프닝인 셈이다. 도리어 한 측근은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세균 의장은 그동안 가급적이면 여야 합의로 해임건의안이 상정되지 않도록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김영수 국회 대변인은 “사과할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 정세균 의장 측 “야당 입장 설명해 준 것이 오해 불러와”

실제 정세균 의장 측에선 여당의 반발에 대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의사진행에 있어서 결정적인 하자가 있다거나 (정세균 의장에게) 다른 의도가 있었다면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했기 때문에 여당과 각을 세울 이유가 없다”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앞서 여당은 “국회법이 정한대로 산회 후 교섭단체 대표 간 협의를 거쳐 본회의를 개의해야 하지만,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차수변경을 선언하고 김재수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세균 의장 측은 ‘협의’가 ‘합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의사일정 계획을 전달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듣는 과정 자체가 협의”라는 것. 통상적으론 구두로 협의가 이뤄지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워낙 중대하고 민감해 문서까지 만들어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일정 변경을 알렸다. 하지만 김도읍 수석은 해당 문서를 받는 것도 보는 것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부의 답변을 듣는 것 또한 통상적 의미의 ‘협의’라고 본다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산회 여부에 대한 정세균 의장의 입장도 분명하다. 당일 의사결정은 그날에만 유효한 만큼 본회의가 예정된 날의 자정이 되면 자동산회가 되기 때문에 굳이 산회 선언을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자정이 되기 직전에 차수변경을 통한 안건 처리를 공지했고, 이를 위해 문서를 전달하며 협의 과정을 거쳤으나 여당에서 “합의하지 않았다”며 트집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측근은 “협의를 합의와 동일시하는 데에서 오해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답답한 속내를 나타냈다.

▲ 여당은 정세균 의장의 이른바 ‘맨입’ 발언에 대해 공세 수위를 높이며 의장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일 20대 국회 개원사에 반발한 데 이어 두 번째 농성이다. <뉴시스>
하지만 가장 답답한 오해는 ‘맨입’ 발언이다. 김도읍 수석은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중립성을 갖고 국회를 운영해야 하는 정세균 의장이 야당과 작당해 불순한 정치목적을 위해 생사람 김재수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지난 24일 본회의 투표 도중 국회의사중계시스템에 녹취된 발언이다. 정세균 의장은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활동기간 연장이)나 어버이연합(청문회 개최) 둘 중에 하나를 내놓으라는데 안 내놔. 그래서 그냥 맨입으로. 그래서 그냥은 안 되는 거지”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정세균 의장을 겨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와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고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정세균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하고, 소속 의원 129명 전원이 교대로 국회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이에 대해 국회 대변인실은 “본회의 투표 도중에 의장석을 찾은 의원과의 대화 내용”이라는 데 인정하면서도 “여야 간 협상과 타협이 이뤄지지 않고 해임건의안이 표결로 처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정세균 의장의 한 측근은 “방미 전부터 해임건의안이 상정되지 않도록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중간 역할을 해왔지만, 야당이 제시한 세월호특조나 어버이연합 청문회를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이 같은 정황과 야당의 입장을 한 의원에게 설명해 준 것이 오해를 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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