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장민제 기자] 9월은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관·재계가 바빠지는 달입니다. 국회와 기업 사이에 치열한 눈치 작전이 벌어지고, 대관업무를 하는 기업 직원들은 여의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특히 오너나 CEO가 국감 증인으로 신청된 기업들은 온갖 연줄을 대 해당 상임위원들을 구워삶을 구실을 찾습니다. 

이런 터에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의 뜬금없는 기자간담회가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권영수 부회장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를 가졌습니다. CEO가 사업 방향을 언론에 설명하고, 비전을 공유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시점이 문제입니다.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을 고쳐쓰지 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권 부회장은 미묘한 때에 기자간담회를 열어 오해를 자초했습니다.   

보통 CEO들은 취임 100일, 1년, 2년 등 특별한 날에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성과 및 소회를 털어놓습니다. 이번 권영수 부회장의 기자간담회는 이와는 동떨어진 듯 합니다. 기자들 사이에선 LG유플러스가 국감을 앞두고 뭔가 캥기는 게 있어 사전에 언론을 통해 '마사지'를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무성했습니다.  

국회 상황을 보면 이게 신빙성이 있어보입니다.  27일 열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선 LG유플러스의 다단계 영업이 도마에 오를 예정입니다. 통신 서비스업은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라서 의원들은 LG유플러스에 대해 단단히 벼르고 있던 참입니다.

증인 및 참고인 명단에는 황현식 LG유플러스 부문장, 이용기 IFCI 대표, 서영진 서울YMCA 간사, 김한성 다단계 피해자모임 대표 등이 올라와 있습니다. 총 4명으로 이번 미방위 국정감사에서 단일 사건으론 최다인원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권영수 부회장을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같은 이슈로 증인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LG유플러스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비상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LG유플러스가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 자체를 문제삼을 생각은 없습니다. 기업이나 CEO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권영수 부회장의 기자간담회는 이와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다단계 영업에 대해 공정위의 제재를 받고, 국감에 무더기로 증인신청이 되어 있는데도 최고 책임자인 권 부회장은 진솔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없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갔습니다.  피해자 구제방안도 없었고, 사과는 “우리가 잘못한 부분도 있다”는 정도였습니다. 그는 "논란에 떠밀려 다단계를 포기하는 건 1등 기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해 다단계 영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심경은 이해가 갑니다. 지난해 기준 LG유플러스가 다단계 판매로 모은 가입자 수는 타 이통사의 10배 이상입니다. 기업 재무통(CFO) 출신인 권 부회장이 효율적인 영업수단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말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위법성을 없앤다 해도 국내에서 다단계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입니다. 통신업계에선 기존 대리점·판매점 등 유통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권 부회장의 목표인 ‘1등 기업’을 이루기 위해 다단계 영업이 꼭 필요한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다단계 영업이 아니라도 1등을 할 수 있는 전략, 마케팅 기법은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이래저래 권영수 부회장의 기자간담회는 씁쓸한 뒷맛만 남겼다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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