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여의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 김모씨(30)가 범행을 저지른 진짜 이유는 뭘까. 
경찰조사와 김씨의 측근들에 따르면 지방대를 중퇴한 김씨는 2009년 10월 H신용평가사에 입사했다.
 
부팀장으로 근무하던 중 실적이 나빠지면서 동료들로부터 "앞가림도 못한다", "부팀장인데 월급만 많이 받아간다" 등 험담을 듣고 이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2010년 10월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지난해 3월 모 은행 위탁회사에서 계약직 대출 상담사로 취업했다. 하지만 회사 적응에 실패하고 올해 4월 퇴사했다. 결국 직장을 잃은 김씨는 생활고에 시달렸다.
 
김씨는 월세 25만원을 내는 관악구의 한 고시원에서 살았다. 그러나 수개월 동안 방값을 내지 못했다.
 
약 7㎡ 남짓한 방에는 냉장고와 가스버너 등 살림살이를 제외하곤 TV나 컴퓨터도 보이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카드 빚이 4000여만원으로 늘어나면서 갖고 있던 노트북도 팔아버렸고 현금 200원과 교통카드에 충전된 4000원이 전 재산이었다.
 
김씨는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가족과는 연락조차 하지 않고 지내는 '외톨이'였다.
 
집안에만 틀어박혀 인터넷 게임 등에 빠져지내는 '은둔형 외톨이'는 아니었지만 철저히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부모님과 남동생은 서울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경기도 가평군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지만 4년전부터 사이가 틀어져 거의 연락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사회적 고립으로 인해 김씨는 약물에 의존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씨의 책상에 있던 물건 중에 눈에 띈 것은 불면증 완화제였다. 심각한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김씨는 자신이 처한 상황의 책임을 전 회사 동료들에게 돌렸다.
 
그는 22일 서울 여의도 H신용평가사 근처에서 옛 직장의 팀장인 김모씨(31)와 조모씨(31·여)를 흉기로 수차례 찔렀고 도주하면서 행인 김모씨(31)와 안모씨(31·여)에게도 중상을 입혔다.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동료들이 내 험담을 해 입사 1년만에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며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과도 5개와 숫돌을 사놓고 죽이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마다 과도를 숫돌에 갈았다"고 진술했다.
 
또 "이들을 살해한 뒤 H사 옥상에 올라가 자살하려고 했다"는 말도 덧붙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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