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공항공사가 소음지원금 부당지급 논란에 휩싸였다.<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항공기 소음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공항 주변지역 거주자들이다. 이곳 주민들은 5분에 한 대 꼴로 지나가는 항공기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는 소음피해지역권 주민을 위해 매년 사업비를 마련한다. 국고 보조금과 공항공사의 자체부담 사업비로 매년 약 500억에서 600억원을 마련해 인근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 보상하고 있다.

최근 이 소음부담금의 상당액이 항공사 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당 황희 의원은 27일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공항소음 대책사업비’ 자료에서 지원금 151억원이 항공사 인센티브로 지급됐다고 밝혔다. 

◇ 항공사 인센티브에 소음지원금은 ‘자동 삭감’?

소음대책지역 공항에 이착륙하는 항공사는 2010년 제정된 ‘공항소음방지 및 소음대책지역에 관한 법률(이하 소음대책법)’에 따라 일정 금액을 부담한다. ‘착륙료’ 명목의 소음대책 지원금이다. 항공기 착륙료는 이륙 중량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김포공항 대표기종 기준으로 국내선 40만원, 국제선 130만원가량이 평균 착륙료로 징수된다.

공사는 착륙료 중 75%를 소음대책사업비로 사용한다. 소음대책지역 공항은 김포공항, 김해공항, 제주공항, 울산공항, 여수공항 등 총 5곳이다.

황 의원에 따르면 한국공항공사는 소음지원금의 원천인 착륙료를 제대로 징수하지 않았다. 2011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공사가 항공사로부터 미 징수한 착륙료가 208억6800만원에 달한다. 항공사 인센티브 명목으로 감면해 준 것이다.

이로 인해 소음대책지역 지원료 150억9700만원까지 함께 감면되는 효과가 발생했다. 사실상 소음대책사업비 예산을 전용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족한 소음대책사업 예산은 국고 등 타 지원액으로 채우게 돼 결국 국민 부담만 가중됐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공항시설 관리규칙에 따르면 공사는 국내공항에 신규취항 및 증편한 항공사에는 3년간 착륙료 등을 감면해줄 수 있다. 항공기를 많이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의 일종이다. 공사가 항공사 인센티브를 우선적으로 지키느라 정작 소음지원금 징수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 항공사 증편 행진… 주민 “시끄러워 못 살겠다”

의원실 관계자는 “법령 해석에 있어 실법인 소음대책법은 공항시설 관리규칙보다 우선 적용되는 것이 마땅하다”며 “소음대책법은 강제 규정이지만, 관리규칙은 권고사항에 지나지 않아 주민 지원금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공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소음대책법과 공항시설 관리규칙은 별개의 법령”이라며 “어떤 법을 우선시 하는 것이 아니라 각 규정에 따라 합당한 금액을 제대로 집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의 지원금 151억원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이 법령 해석부터 엇갈린 진술을 펼치는 가운데 항공사들은 항공기 증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한항공 등 국내 7개 항공사들은 지난 5년 동안 국제선 24곳에 신규 취항했다. 또 기존 14곳의 운항지에는 비행기를 증편했다.

이로 인해 인근 주민의 피해는 심화됐다. 지난해 제주공항에서 이착륙한 항공기는 모두 15만8691편으로 조사됐다. 2012년 12만699편에 비해 31.4% 증가했다. 일일 운항 시간인 17시간을 기준으로, 시간당 이착륙 횟수는 25.5대로 나타났다. 2012년 19.4대보다 6대 늘어 주민들의 소음 피해는 더욱 심해졌다.

사안이 이러한데 공사의 착륙료 징수액은 되레 뒷걸음질 쳤다. 김포공항의 운항편수가 2014년 13만8706편에서 2015년 14만2863편으로 늘어났으나 착륙료 징수액은 8억5600만원 줄었다. 타 항공사도 운항편수 증가에 비해 착륙료는 소폭 오른 수준이다.

김포공항 인근 고강동에 거주하는 A씨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공사와 정부가 여름에 에어컨 비용 등을 지원해준다고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지원금은 안 들어왔고, 소음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항공사가 운항편수를 늘리는 만큼 공사는 주민 지원금을 제대로 징수해 삶의 질을 보장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항공기 착륙료를 징수해 소음대책지역 지원 사업으로 집행해야 함에도 이를 전용해 항공사 인센티브로 감면해 준 것은 문제”라며 “한국공항공사는 소음피해지역에 지원됐어야 할 151억원을 항공사에서 환수하거나 이에 준하는 지원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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