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이 협력업체 임금체불과 불법파견, 잦은 산재 등으로 국감에서 뭇매를 맞았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 날인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가 열렸다. 환경 및 노동 부문 현안과 이슈가 산적한 만큼, 이날 환노위 국정감사에는 많은 ‘주인공’들이 언급됐다.

그 중 하나가 위기에 빠진 조선업계의 ‘맏형’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불명예 3관왕’을 차지하며 거센 질타를 받았다.

◇ 체불임금 발생 건수·체불금액 1위, 산재도 1위

환노위 소속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 조선업계 상위 10개사의 협력업체 임금체불 현황을 분석해 공개했다.

이 기간 총 442곳의 사업장에서 임금체불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으며, 여기에 해당하는 근로자 수는 2130명, 체불금액은 총 73억6047만원이었다. 이중 아직 해결되지 않은 임금체불은 총 28건으로, 851명의 근로자가 37억475만원을 받지 못했다.

임금체불 신고 건수, 근로자 수, 체불금액 모두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에서 발생한 것이 가장 많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127곳에서 782명에 대해 34억394만원의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전체 체불금액의 46.2%가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것이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체불금액 역시 18억4858만원으로 현대중공업이 가장 많았고, 이는 전체의 절반(49.9%)에 해당했다.

뒤를 이은 곳은 현대중공업그룹에 속한 현대삼호중공업이다. 48곳에서 270명에 대해 11억3435만원의 임금체불 신고가 접수됐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체불금액 역시 2위(7억6818만원)다.

최근 가장 큰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고, 안팎으로 뒤숭숭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같은 기간 83곳에서 373명에 대해 8억4135만원의 임금체불 신고가 접수됐다. 해결되지 않은 체불금액은 3억5856만원이다.

현대중공업은 각종 산업재해 관련 지표도 나빴다.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산업재해 발생 건수는 현대중공업이 단연 1위였다. 전체 2865건 중 현대중공업에서만 1113건(38.8%)이 발생했다. 이어 삼성중공업이 494건, 대우조선해양이 483건이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올해만 벌써 9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이정미 의원이 앞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에서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총 23명이 사고로 사망했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은 12명, 삼성중공업은 4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규모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현대중공업의 산재 및 사망사고 발생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주로 위험에 내몰리고 있는 게 큰 문제다. 현대중공업에서 5년간 사망한 23명 중 17명이 협력업체 소속이었다.

▲ 협력업체 임금체불 실태 관련 상위 10개 조선사와 현대중공업 비교. <시사위크>
◇ “불법파견 요소 없어” vs “도급으로 위장한 불법파견”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불법파견 문제도 지적됐다.

환노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현대중공업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이 나눈 대화의 녹취 내용을 공개했다. 여기서 현대중공업 직원은 견적서에 기입할 공수(작업 투입인원)를 불러주고 있다. 또 다른 증거로 제시된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문자메시지에서도 “휴일 30% 이상 출근 조치 바란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정미 의원 측이 앞서 공개한 자료에서도 현대중공업이 협력업체 인원관리에 깊숙이 개입한 증거들이 다수 포착됐다. 자신들의 공수 계획에 맞춰 협력업체가 서류를 작성하도록 한 것이다.

송옥주 의원은 “정상적인 원청과 협력업체의 관계라면 이처럼 인원관리 등을 개입할 근거도, 이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협력업체라기 보단, 협력업체를 가장한 불법파견이란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현대중공업이 최근 설비지원 부문을 분사시킨 것과 관련해 “하도급 단계가 하나 더 늘어났다”며 “불법파견 논란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측은 “협력업체의 인력관리에 개입하는 등 불법파견적 요소가 있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며 “국정감사에서 제시된 현대중공업 직원과의 대화 내용은 예상 공수에 대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설비지원 부문 분사 역시 경영합리화를 위한 조치일 뿐 불법파견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현대중공업 하청업체 사장은 “현대중공업이 협력업체에 작업에 투입할 인원수를 직접 알려주고, 특근까지 일일이 챙겼다”며 “도급으로 위장한 파견업체나 다름없다”고 증언했다. 현대중공업의 해명과 전면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러한 탈법적 행태는 임금체불, 산재사고 등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 된다. 원청에게는 비용을 줄이고 각종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수단이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이정미 의원은 “현대중공업 등 대형조선사는 불법적인 인력공급 운영을 즉시 중단하고 지속적 업무를 수행해 온 사내하청 물량팀과 같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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