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갑 의식’을 버리겠다던 포스코건설의 결의가 무색한 모양새다. 기업문화를 바꾸고 모범적인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천명했지만, 정반대 행보를 걷고 있어서다. 연말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하면서, 경영 실패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한찬건 사장 7개월… 휘청거리는 포스코건설

포스코건설에 인사태풍이 불 조짐이다. 28일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한정애 의원(더불어 민주당)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은 연말까지 520명의 직원들을 내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회사 전체 직원(정규직 3455명, 기간제 1897명)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될 수백명의 직원들은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포스코는 건설 계열사를 포함해 그룹 전체에 노조가 없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은 기업에 보장된 정당한 경영 행위 가운데 하나다. 그런 점에서 포스코건설의 결정을 무턱대고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건설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해외수주 부진 등의 이유로 업계 전반이 침체기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 우선 실적이 바닥이다. 상반기 포스코건설은 5년 만에 적자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포스코 건설은 1·2분기 통틀어 영업적자 177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도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동기 대비 24% 줄어든 3조36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기순이익 역시 마이너스 2145억원으로 추락했다. 이는 곧바로 회사 신용에 영향을 끼쳤다. 지난 4일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포스코건설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B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 지난 2월 포스코 건설 사장을 맡은 한찬건 사장. 한 사장 취임후 포스코건설은 실적 악화와 각종 사고가 발생했고, 올해 연말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예고하고 있다. <뉴시스>

악재도 겹쳤다. 지난 6월 공사 중이던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14명의 사상자를 낸 이 사고로 이미지 타격은 물론, 시공 능력마저 도마에 올랐다. 최근에는 50억원대 재판에서 패소했다. 포스코건설은 대구지하철 3호선 공사에서 담합을 한 대가로 지불한 52억5000만원을 돌려달라며 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앞서 경쟁 기업 두 곳과는 달리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일련의 일들은 올해 새 경영진이 들어서면서 발생했다. 지난 2월 포스코건설은 새 수장에 한찬건 사장을 선임했다. 한 사장 취임과 동시에 플랜트, 건축 본부 등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이동이 단행됐다.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 "투자실패 따른 위기를 직원들에 전가"

지난 5일 포스코건설은 그룹 차원에서 열린 ‘갑의식 혁신 카운슬’ 자리에서 리더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 6월 포스코는 국민에게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면서 이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날 모인 25명의 그룹사 관계자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이 가운데 포스코건설은 자신들이 창안한 ‘the Plus 운동’을 그룹 경영진에 적극 알렸다. 이 운동은 리더들의 솔선수범과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정애 의원은 “경영자의 투자 실패 등으로 인한 경영위기를 직원들에게 전가한 포스코건설의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며 “직원들을 대량해고하기에 앞서, 기업이 최선의 자구노력을 했는지를 고용부가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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