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 비대위원장이 파행을 맞은 국정감사 정국에서 정 원내대표 보다 이 대표의 ‘잘못’에 더 무게를 두는 이유엔 새누리당 내 계파 갈라치기를 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어떻게 해서든지 국정감사를 정상화하려고 하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의지는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정현 대표의) 단식”이라고 했다. 얼어붙은 정국에 대한 책임을 전부 이정현 대표에게 지우는 모습이다. 여권을 갈라 세우려는 전술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박 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민 모두가 알고 싶어 하는 최순실 게이트, 미르·K스포츠 재단, 우병우, 이석수 등 모든 의혹이 ‘이정현 비공개 단식 블랙홀’로 덮였다”고 일갈했다. 전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갈등을 풀어가야 될 집권여당의 대표가 사상초유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며 “이 불안한 정국, 타고 있는 정국에 휘발유를 퍼 넣은 격”이라고 국정경색에 대한 책임을 이 대표에게 물었다. 정 원내대표를 향해서는 “저하고 생각이 같다”고 달랬다.

이처럼 박 비대위원장이 정 의장 사퇴 촉구에 ‘행동대장’ 격으로 나섰던 정 원내대표 보다 이 대표의 ‘잘못’에 더 무게를 두는 이유엔 새누리당 내 계파 갈라치기를 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 원내대표와는 물밑에서 협상을 계속하고 있지만, “정 의장이 사퇴해야 단식을 종료하겠다”는 강경한 이 대표와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정현 대표는 대표적인 ‘친박’이다. 청와대 홍보수석을 거친 이 대표는 정치인생 대부분을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살았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낀박’으로 불린다. 친박과 비박 사이에 낀 박근혜계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비박·중립성향 의원들과 친박계 의원들 사이를 벌리려는 전술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새누리당 내에서 “단식은 조금 무리수였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를 이용해 새누리당 내 여론이 갈리면 정치적으로 야당이 우위에 서게 된다. ‘제3당’인 국민의당의 존재감도 돋보일 수 있다.

박 비대위원장의 행보가 ‘역공’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갈라치기’는 주로 청와대나 여당에서 야권 분열을 부추기기 위한 전술이었다. 이정현 대표가 지난 23일 의원총회에서 “케네디 대통령이 다시 살아나서 자신의 명저 ‘용감한 사람들’이라는 책 증보판을 새로 만든다면, 국민의당에 대해 한줄 쓸 수 있지 않을까”라며 “대단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국민의당을 치켜세운 것도 야권을 갈라놓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는 “비상식적이고 몰상식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같이 저런 식으로 비상식적인 정치를 하는 사람들 속에서 이것(국민의당의 결정)은 용기”라고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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