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공항공사가 업체와 유착이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관피아’ ‘철피아’에 이어 항공업계에서도 제 식구 감싸기의 민낯이 드러났다. 용역업체 관리자 자리에 공사 출신을 앉히기 위해 한국공항공사가 꼼수를 쓴 것이다. 공사와 업체의 유착은 결국 관리 태만으로 이어진다.

◇ 청소업체에도 공항 근무경력 10년 이상 요구

김포공항 청소 용역업체 현장관리자는 공항 근무경력 10년 이상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항공안전과 보안의 특수성 때문에 공사 출신을 현장대리인으로 채용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청소 용역업체까지 해당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제 식구를 심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동영 의원이 한국공항공사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김포공항은 공사출신 퇴직자에겐 ‘제2의 취업터전’이었다. 김포공항이 계약을 맺고 있는 16개 용역업체 중 12개 업체의 현장대리인이 공사 출신으로 밝혀졌다. 총 계약액이 100억원 이상인 12개 업체의 책임자도 모두 공사 출신이다. 김포‧제주‧김해공항 보안 및 경비를 맡은 6개 업체도 공사출신을 현장대리인으로 채용했다.

아웃소싱 업체가 공사출신을 주로 고용한 것은 공사의 요구 때문이다. 공사는 특수과업지시서를 통해 업체총괄책임자 및 소장은 ‘공항근무경력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했다. 공사와 용역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선 사실상 공사 출신을 채용을 할 수밖에 없어 ‘항피아’가 판을 친다는 것이다.

정동영 의원은 “관피아, 철피아에 이어 항피아까지 등장했다”며 “한국공항공사뿐 아니라 모든 공공기관이 속칭 ‘O피아’를 개혁해야 사회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는 해당 규정을 2014년 수정했다고 항변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과거 공항 분야 근무 경험을 요구했으나, 업무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항 근무경력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항공사는 현재 아웃소싱업체에 ‘관련 분야 10년 이상의 근무 경험이 있는 자’를 고용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 공사출신 용역업체엔 계약금 ‘2배’ 특혜

▲ 7월 29일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천장에 빗물이 새 직원들이 긴급조치를 취하고 있다.<뉴시스>
공항공사가 공사 출신 직원을 채용한 30개 업체에 과도한 계약금액을 지급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정동영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전체 64개 용역업체 중 46%인 30개 용역업체가 전체 계약금의 65%를 가져갔다. 이들 업체가 차지한 계약금은 2016년 계약금 1575억원 중 1017억원에 달했다. 공사출신 업체의 평균 계약금액은 33억3000만원으로, 타 업체의 평균 계약금인 16억4000만원의 두 배에 달했다.

정작 현장 관리는 엉망이었다. 김포공항 국내선 터미널은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인 가운데 올 여름 한 달 사이에만 3차례의 화재가 발생했다. 7월 말에는 폭우에 천장에서 비가 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현희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김포공항 리모델링 현장은 관리소홀로 7건의 지적사항이 발생했다. 시공관리자의 현장관리상태 소홀, 건축자재 성능관리 소홀, 안전관리계획 미준수 등 사유도 다양했다.

공항공사의 기강해이는 내부 직원의 비위사건으로 이어졌다. 최근 국토교통위원회 임종성 민주당 의원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사 직원의 비리가 수년 째 계속됐지만 공사는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 납품업자에게서 금품을 수수하고 계약서와 다른 장비를 납품받거나 외화 밀반출 일당에게 뇌물을 받고 눈감아준 사건 등 내부 조직의 부정부패가 심각한 수준이다.

임 의원은 “한국공항공사 조직 전체가 기강해이를 넘어 도덕적 해이가 만연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지금이라도 공사를 정상화 시키려면 조직 전반에 대한 진단과 혁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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