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의장의 사퇴를 요구하기 위해 국회에 모인 새누리당 당원들과 지지자들. 28일 결의대회에는 약 2000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된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재수 장관 해임안 가결로 시작된 여야의 대치로 나흘째 국회가 파행운영 됐다. 새누리당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미국 출장과정에서의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고, 정 의장은 ‘법적대응’이라는 맞불을 놓으면서 2차전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대치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현재까지 여론의 분위기는 여권의 우위로 나타났다. 29일 발표된 리얼미터 주중동향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무려 4% 포인트 상승한 34.1%로 집계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2.4% 포인트 상승한 34.3%로 나타났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가 예상되는 반기문 총장 지지율(27.1%)이 3.4% 올랐다. 다양한 조사항목에서 여권에 유리한 결과가 나온 셈이다.

◇ 새누리당의 대야투쟁 단일대오, 당·청·반 지지율 동반상승

이는 잠재적 여권지지층 결집과 이른바 ‘언더독’ 효과로 설명되는 동정여론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외면과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 등이 겹치면서 지지율에 악영향을 예상했다. 그러나 ‘거야의 횡포’에 대한 ‘소수여당’의 투쟁이라는 논리가 지지층들에게 먹혀들어 갔다. 정세균 의장의 ‘맨입’ 발언과 이정현 대표의 ‘단식농성’을 대비시키는 전략이 효과를 본 셈이다.

또한 친박·비박, 당청관계에서 나왔던 여권 내 파열음을 줄이고, 대야투쟁에 ‘단일대오’를 형성했다는 것도 지지율 상승의 이유가 됐다. “정세균 의장이 새누리당 단결에 도움을 줬다”는 게 새누리당 의원들 다수의 주장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회가 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고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안 강행처리 때문에 소수정당이 된 새누리당 지지층이 결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동정론도 덧붙여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야권의 지지율은 답보를 면치 못했다. 민주당 지지율(28.5%)은 1.6% 포인트 하락했고, 국민의당 지지율(13.3%)도 0.9% 떨어졌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대권지지율(18.8%)은 0.3% 상승했으나 반기문 총장의 큰 폭 상승에 빛이 바랬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지지율은 오히려 1.3% 포인트 하락하기도 했다.

야권은 새누리당의 ‘민생외면’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게이트’를 적극 부각시키는 전략을 사용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한 셈이 됐다. 여기에는 이정현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정세균 의장 및 야권전체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초점을 흐리는 효과도 작용했다.

◇ 힘 실리는 새누리당 지도부, 관건은 ‘국회 정상화’ 시기

▲ 29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지난주와 대비해 무려 4% 포인트나 상승했다. <데이터=리얼미터>
여권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옴에 따라 새누리당 지도부의 노선에 보다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우리당 지지율이 올랐다”며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관건은 국회 정상화 시점이다. 현재는 지지층의 결집현상이 나타났으나, 파행과 농성이 길어지면 피로감에 따른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특정 시점에 국회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전날 ‘정세균 사퇴 총궐기대회’에 나선 이정현 대표가 “의원들은 국정감사에 임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감복귀에 반대의견을 냈던 서청원 의원도 “(복귀) 타이밍이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당내에서는 정 의장의 사퇴투쟁을 강하게 가져가면서도 국정감사에 복귀하자는 투트랙 전략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여당이건 야당이건 국회공전이나 장외투쟁이 장기화되면 지지율이 떨어질 것은 명확하기 때문에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것 같다”며 “이 대표가 박 대통령을 보좌하며 정무적 판단이 굉장한 고단수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지금 출구전략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매일경제> 의뢰로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유권자 15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유무선전화면접 및 ARS, 스마트폰앱조사 방식으로 조사했다. 전체응답률은 10.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5% 포인트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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