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단식 닷새째 누운 상태에서 농성을 이어가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고심 가득한 표정의 정세균 국회의장.
[시사위크=우승준 기자]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 기간에 발생한 새누리당과 정세균 국회의장 간 힘겨루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힘겨루기는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 당시 가결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안을 빌미로 시작됐고, 법적 다툼으로 번진 상황이다. 한진해운 사태와 가계부채 증가 등 비상시국인 점을 감안할 때, 민생을 돌보지 않는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새누리당과 정 의장 간의 힘겨루기는 '맨입' 발언이 발단이 됐다. 여당이 제시한 본회의 당시의 녹취록에 따르면, 정 의장은 “(새누리당에) 세월호나 어버이연합 둘 중 하나를 내놓으라는 데 안 내놔”라면서 “맨 입으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장이 국회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새누리당은 항의 표시로 이정현 대표의 단식 농성과 국정감사 보이콧, 형사고발 등의 행보를 밟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이 지난 29일 오전 정 의장을 상대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여기다 정 의장 관련 의혹도 제기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9일 오전 최고위원-원내대표단 연석회의를 통해 “의장에 대한 여러 가지 제보가 우리 당으로 들어오고 있다. 지난 미국 출장에서의 일정 일탈에 대한 제보가 들어왔다. 국회의 돈을 가지고 지역구의 여러 가지 사안들을 소화했다는 제보도 많다”고 밝혔다.

조원진 비대위원장은 “검·경찰에선 정세균 의장에 대한 선거법 위반에 대해 철저히 공개 수사해야 한다. 그분이 정말 국회의장으로 자격이 있는지 하나하나 파헤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정 의장 측도 물러서지 않고 새누리당에 각을 세우고 있다. 새누리당이 정 의장을 형사고발한 날 오후 김영수 국회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원진 의원이 정 의장에 대해 발언한 내용은 허위사실이며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의장실은 법적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지난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간담회를 통해 “지금까지 직무 수행에서 헌법이나 국회법을 어긴 적이 없다”며 “국회법 절차에 따라 안건을 처리하는 게 의장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투쟁에 어떠한 양보와 타협이 없을 것임을 암시한 셈이다.

이와 관련 국회 파행과 법적 다툼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을 정치권에서 돌보지 않는다는 비난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정치권은 전망하고 있다. 현재 한진해운 물류대란과 경주 지진, 125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등 시급한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멈춰있기 때문이다.

이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오전 국회 본청 215호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를 통해 “국회의 어른은 국회의장이다. 국회를 정상화할 책임 역시 국회의장에게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의장이 유감을 표하고 새누리당도 집권여당답게 막된 행동을 끝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