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시민들이 카지노 게임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함.<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 A센터장이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센터장 임명 과정에서 석연찮은 정황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어서다. 정치권에선 ‘윗선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은 강원랜드의 허술한 도박중독자 관리가 전문성 없는 낙하산 중독관리센터의 센터장 임명과 연관이 있다고 지적한다.

◇ 부적격 탈락자가 재공모 통해 임명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KLACC·클락)’는 도박중독예방치유를 목적으로 2001년 9월 25일 설립된 곳이다. △도박중독의 예방홍보 및 교육 △자체치유프로그램 운영 및 전문병원과의 연계를 통한 치유지원 △직업재활 지원 △조사연구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중독관리센터 측은 임기만료로 공석인 센터장직에 대해 지난 1월 18일 첫 공모를 진행했다. 12일간의 서류접수 후 2월 12일 면접이 진행됐다. 면접에는 감사위원장(사외이사)과 부사장, 카지노본부장이 참여했다. 당시 최종면접에는 A센터장과 함께 B씨가 올랐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합격점수인 평균 80점을 넘지 못한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노원구을)이 강원랜드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A센터장은 1차 면접 당시 3명의 면접관으로부터 평균 58.3점(합계 175점)을 받았다. 평균 63.3점(합계 190점)을 받은 B씨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2순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6월 치러진 2차 재공모 면접에서는 결과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A센터장이 평균 88.3점(합계 256점)으로, 평균 81.7점(합계 245점)을 받은 B씨를 누르고 1순위로 결정된 것이다. 결국 A센터장은 7월 19일 임기 2년의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장에 임명됐다.

주목할 점은 두 차례의 면접심사에 모두 참석한 한 심사위원의 평가 결과다. 당시 두 번의 평가에 관여한 모 감사위원장은 최초 공모 때 A센터장에게 60점을 줬지만, 재공모 때는 90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 2016년 2월 12일 진행된 센터장 1차 공모 면접심사결과 <우원식 의원실 제공>
▲ 2016년 6월 23일 실시된 센터장 2차 공모 면접심사 결과. <우원식 의원실 제공>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우원식 의원실에 따르면 A센터장은 1991년부터 2015년까지 S건설의 이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S건설은 2006년 강원랜드 호수경관 조성 사업 가운데 일부를 맡았다. S건설은 강원랜드의 호텔 증설공사 입찰 시 대기업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S건설은 호텔 증설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강원랜드 관계자에게 청탁 명목으로 7억원을 건넸던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A센터장의 정치권 경력도 주목된다. 새누리당 원주시 당협 정책실장을 비롯해 201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원주시 조직본부 총무단장을 맡았다. 2006년 지방선거 때 원주시의원 예비후보로 등록한 경험도 있는 정치권 인사다.

우원식 의원 측은 이번 신임 센터장 임명 과정에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우원식 의원은 “한 번 떨어뜨린 사람을 다시 붙여 임명시킨 것은 분명한 부정채용”이라며 “채용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나 압력이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강원랜드 도박중독률 61.8%…  중독관리센터장은 ‘낙하산’

강원랜드 측은 중독관리센터장 채용에 대해 “재공모를 통해 선발한 것은 맞으나 불법채용은 아니다. 이전에도 재공모를 통해 선발한 전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해 재공모까지 실시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1차 공모 때는 도박중독 치유분야로 평가기준을 한정했는데, 재공모 때는 ‘사회복지 분야’까지 평가기준을 확대했다”며 “A센터장은 재공모에 소요된 4개월여 동안 도박중독예방치유활동과 관련해 폭넓은 준비를 하는 등 철저하게 공모에 준비해 면접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따 적격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강원랜드 측은 A센터장이 불우청소년 결연 및 청소면 상담기관인 △(사)청소년육성회 원주지구회장 등 임원 20년 △다문화지원사업을 펼치는 (사)함께하는 공동체 이사 및 후원자 10년 △2008년부터 강원지방경찰청 외사 자문위원 등 사회복지 분야에서 다양한 경력과 경험을 쌓아 도박중독관리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적합한 인물로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 역대 중독관리센터 센터장 명단 및 주요경력. <우원식 의원식 제공>
정치권에선 그러나 곱지 않은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선임 과정이 석연치 않은데다, 이처럼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의 임명이 결국 강원랜드의 허술한 도박중독자 관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행사업감독위원회에 따르면 강원랜드 중독률은 61.8%로, 일반인 중독률(5.4%)보다 1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행산업 공공기관인 마사회(49.1%)보다 높다. 국내 이용객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은 이미 중독돼 있다는 의미다.

강원랜드 등을 대상으로 ‘사행산업 관련 공공기관 수익금 집행실태’를 조사한 감사원은 “강원랜드에 50~99일 출입한 ‘문제성 고객군’에 해당하는 입장객은 9566명에 달해 연간 50일 이상 카지노에 출입한 도박 중독고객이 1만명을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러나 도박중독자 예방 시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도박중독자도 증가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센터를 운영하는 센터장은 전문성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졌다. 2006년부터 최근까지 7명의 역대 중독관리센터장 중 A센터장을 포함해 5명이 정치권 출신 인사다.

우원식 의원은 “강원랜드 도박중독 문제는 개장 이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도박의 예방조치가 미흡하다는 감사원 지적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낙하산 인사를 센터장으로 임명한 것은 도박중독 예방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춘 센터장을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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