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통법 시행 2년이 됐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니코리아가 인터넷쇼핑몰의 카메라 할인판매를 통제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고, 유사 가격담합을 한 행위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경쟁 체제에선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또 다른 분야에선 소비자에게 더 싸게 제품을 공급하면 처벌받는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지만, 이동통신시장 얘기다.

오는 10월 1일이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 2년을 맞는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비롯한 관련부처 인사들은 각종 자리에서 혼탁한 시장을 정화했다고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단통법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차갑다.

◇ 휴대폰 보조금 금지, 이통사 위한 것

당초 휴대폰 보조금의 취지는 ▲이통업체들의 가입자 유인책과 더불어 ▲신기술이 탑재된 기기를 대중에 보급해 정보통신 등 새로운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1997년 PCS업체들이 이통시장에 진입하면서 보조금 경쟁이 심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연합뉴스는 “일부 이동전화사업자의 경우 단말기보조금이 매출액보다 최고 2.8배나 많이 지급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정부는 위반 시 형사처벌까지 가능한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 법안’을 추진하게 된다. 국회는 자율경쟁 등을 이유로 입법을 꺼려했지만, PCS사업자들도 법제화 요청에 나서자 수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SK텔레콤 표문수 사장은 2002년 기자간담회에서 “단말기 보조금이 금지되면서 마케팅 비용도 많이 줄어 이익을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2006년 보조금 금지가 해제되고 정부는 보조금 상한제, 이용자 차별금지 등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2014년 10월 규정과 처벌을 강화한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이 시행됐다.

단통법이 ▲이통시장 유통질서 확립 ▲이용자 차별 금지 등을 위한 법이라고 내세우지만, 핵심에 보조금 규제가 있는 이상 이통사들의 이익 보호가 목적이었던 셈이다.

실제 참여연대에 따르면 이통3사의 마케팅비를 합산한 금액은 2014년 8조8220억원에서 지난해 7조8669억원으로 11% 줄었다. 반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5980억원으로 전년보다 87% 증가했다.

정부는 또 처벌을 강화한 단통법 시행으로 이용자 차별 해소를 이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오히려 국민 대다수를 ‘호갱’으로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유명 휴대폰 커뮤니티에선 하루 수백 건 ‘비공개 모임’ 링크가 올라온다. ‘ㅅㄷㄹ, ㄱㅂㅌㅋㄴㅁㅌ’(신도림, 강변 테크노마트) 등 불법 보조금을 받기 위한 은어들도 새로 생겨났다. 소수만이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문제가 있다고 당장 손보기는 어렵다. 단통법에는 이통사, 제조사, 소비자, 유통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다.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어차피 단말기 정책은 뭘 내놔도 비난을 받는다”며 “이 시점에서 어떤 부분에 가치를 두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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