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14일 함승희 강원랜드 대표이사가 서울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강원랜드가 계속 말썽이다. 주먹구구식 워터파크 사업으로 혈세 100억원을 낭비하더니, 함승희 사장의 부적절한 행보가 도마에 올랐다. 낙후된 지역 경제를 살리는데 앞장서기 보다는 사조직 관리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회원들을 억대 연봉 임원 자리에 앉히고, 연구 용역을 몰아주는 등 공기업 기관장의 지위를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거쳐간 사람만 3000명, 함승희 8년째 이사장

‘포럼 오래’. 강원랜드 함승희 사장의 사조직으로 지목된 단체의 이름이다. ‘오늘과 내일’이라는 뜻을 지닌 이 단체가 설립된 건 2008년이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8년간 함 사장은 이 모임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2013년에는 기획재정부에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포럼 관계자를 통해 확인된 이 단체의 회원 수는 300명 안팎이다. 지금까지 입회와 탈퇴를 반복하면서 거쳐 간 사람은 3000명 정도로 알려졌다. 연회비를 내는 회원은 두 달에 한 번 각종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갖고 있다.

이 단체의 정치적 성향은 중도 보수로 알려졌다. ‘시장만능주의를 바로잡아야한다’면서도 ‘군중심리에 기생하는 종북 좌파세력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오늘의 문제를 분석해 내일의 대한민국을 준비한다’는 설립 이념을 두고 있다. ‘학연·혈연·지연·직장·종교 등을 인연으로 하는 폐쇄적 네트워크와 패거리문화는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고 부정부패를 조장한다’고도 명시했다.

하지만 이 단체는 폐쇄적으로 운영되면서 각종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윤한홍(새누리당)은 “포럼 '오래'를 설립하고 현재까지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함승희 사장은 비전문가인 포럼 회원을 강원랜드 임원으로 채용했다”며 “이것이 진정한 패거리 문화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 비전문가 억대 연봉 자리에… “이것이 패거리문화”

함 사장이 강원랜드 수장에 오른 건 2014년 11월이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임원 두 명이 새로 임명됐다. 이모 감사실장과 장모 시설관리실장이 그 주인공. 1억4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이들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감사, 시설관리와 무관한 경력을 지녔다는 점과 포럼 '오래' 회원이라는 것이다.

윤 의원에 따르면 이모 실장은 국정원 출신이다. 이 기관에서 해외정보국장을 역임한 그는 해양수산개발원 자문위원과 우송대 교수 등으로 재직했다. 장모 실장 역시 업무와 다소 동떨어진 길을 걸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산업개발 개발담당 중역과 과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등을 지냈다. 엔지니어와는 무관한 경영관리직 출신이 채용된 셈이다.

석연찮은 채용이 이뤄진 사례는 또 있다. 윤 의원은 강원랜드 4대 본부장 중 하나인 카지노본부장도 업무와 상관없는 육군 수사계통에서 일한 장성 출신의 비전문가를 기용했다고 꼬집었다. 다만 카지노본부장의 경우 포럼 오래 회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위 두 사람과 입사일이 같다는 점에서 의혹을 사고 있다.

강원랜드는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하려한 정황도 드러났다. 강원랜드는 집행임원 및 간부들의 포럼 오래 회원 여부를 묻는 자료 요구에 대해 ‘없음’으로 작성해 제출했다. 하지만 윤 의원실은 자체 조사를 실시했고, 강원랜드에 채용된 포럼 오래 회원들의 존재를 밝혀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자료가 의원실에 잘못 제출된 건 사실”이라면서 “다만 3000명에 이르는 일반 회원에 대한 검토를 꼼꼼히 하지 못한데서 발생한 실수지, 고의로 누락한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 업무시간 출장 신고 없이 일본, 중국 다녀와

함 사장의 사조직 챙기기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업무 시간을 이용해 수시로 서울과 외국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했다. 출장 신고도 하지 않았다. 사실상 근무지를 무단이탈한 셈이다.

윤 의원에 따르면 함 사장은 강원랜드 대표로 취임한 이후 총 12차례 포럼에 참석했다. 이들 행사 모두는 평일에 열렸다. 이 가운데 출장 신고가 된 건 2차례 뿐이었다.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심포지엄 참석을 이유로 일본 도쿄와 중국 상하이를 다녀왔다. 업무와 동떨어진 일로 외국을 나가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비서실 직원이 관용차를 운전해 직접 수행했다면, 공기업 대표에게 제공된 관용차량과 직원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이라고 윤 의원은 지적했다.

강원랜드에서 포럼이 열릴 경우에는 회원들에게 각종 혜택을 줬다. 40만원 짜리 객실을 13만원에 제공하거나, 뷔페 30명분을 공짜로 제공하는 등 포럼 오래 회원들에게 특혜를 베푼 것이다.

포럼 회원에게는 일감도 몰아줬다. 지난해 말 강원랜드는 3억원에 육박하는 연구 용역(강원남부 폐광지역 창조과학 농업기반)에 대한 수의계약을 맺었다. 이는 지난 5년간 강원랜드가 맺은 연구용역 수의계약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이다. 이 연구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의 몫으로 돌아갔는데, 이 연구원의 전 원장 문모씨가 포럼 오래 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 의원은 “폐광지역 지원을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공기업 강원랜드의 대표 자리는 자신의 사조직을 관리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며 “함 사장은 당장이라도 포럼 오래의 이사장직을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와 관련 강원랜드 측은 “KIST 강릉분원에 연구 용역이 주어진 건 해당 연구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적합한 기관이라는 점에서 계약이 이뤄진 것이지, 개인적인 친분이 작용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함 사장은 출장시 별도로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함 사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게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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