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대 최고의 스타였던 서미경의 지난 35년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톱스타에서 재벌 회장 ‘셋째 부인’의 길을 선택한 서미경씨. 30여년 넘게 베일에 가려져있던 그녀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검찰은 롯데비리 수사를 진행하며 압수한 자료를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현황을 파악했다. 그동안 외부로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관계는 예측을 벗어나 있었다. 서미경씨, 그리고 신격호 총괄회장 사이에서 태어난 딸 유미씨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88%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국과 일본의 롯데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곳이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광윤사다. 광윤사 지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등 오너일가가 나눠 갖고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현황은 광윤사가 28.1%, 종업원지주회 27.8%, 공영회 13.9%, LSI 10.7%, 임원지주회 6.0%, 롯데재단 0.2%, 그리고 롯데그룹 오너일가 13.3% 등이다.

주목할 점은 오너일가 중 서미경씨의 보유 지분이 가장 많다는 것이다. 서씨와 딸 신유미씨가 각각 1.84%, 1.83%를 갖고 있고, 경유물산이 3.2%를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물산은 서미경, 서유미 모녀가 최대주주로 있는 페이퍼컴퍼니의 100% 자회사다. 따라서 서미경씨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은 총 6.88%로 파악된다.

반면 신동빈 회장의 지분은 1.38%,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은 1.62%,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은 0.44%에 그쳤다.

올해 초 미국 컨설팅 업체에 의해 추산된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식가치는 총 11조원이다. 이에 비춰보면, 서미경씨가 보유 중인 지분의 가치는 7500억원이 넘는다고 볼 수 있다.

이 지분의 의미는 단순히 수천억원에 그치지 않는다. 신동빈ㆍ신동주 형제가 경영권 다툼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신동빈ㆍ신동주 형제의 지분 보유 상태는 복잡하게 얽혀있어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다. 따라서 서미경씨가 가진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88%가 경영권의 향배를 가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신동빈ㆍ신동주 형제는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각각 서미경씨 지분 매입을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현황. 서미경씨는 롯데그룹 오너일가 중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 특별한 의미의 ‘지분’, 문제는 취득 과정

롯데그룹 내에서의 남다른 존재감이 확인된 서미경씨지만, 현재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서미경씨가 어떤 과정을 통해 수천억원대 지분을 보유하게 됐느냐다. 검찰 등에 따르면, 그녀는 1997년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3.67%의 지분을 주당 50엔(약 500원)에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2003년에는 경유물산이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6.2%의 지분을 매입했고, 이중 3.2%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소유의 클리어 스카이로 향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탈세 등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신격호 총괄회장 측은 탈세를 부인할 뿐 아니라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뿐 아니다. 서미경씨는 그간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등 롯데그룹 계열사 내에 음식점을 운영하는 회사 여러 개와 거액의 부동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또한 현재 일감 몰아주기 및 탈세 혐의에 직면한 상태다.

검찰은 롯데 비리를 수사하며 서미경씨에게 출석을 요청했지만, 그녀는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그녀를 탈세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하고, 강제입국을 추진 중이다.

어린 시절부터 연예계에 발을 들인 서미경씨는 1970년대 엄청난 인기를 끈 톱스타였다. 특히 1977년 미스롯데로 선발돼 롯데껌 광고에 출연하며 인기의 정점을 찍었다. 그랬던 그녀는 1981년 연예계 은퇴를 선언하고 홀연히 떠났다. 이후 그녀가 발견된 곳은 뜻밖에도 롯데그룹이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이 된 것이다.

이후에도 서미경씨의 행적은 완전히 베일에 가려져있었다. 어느덧 그녀가 다른 인생을 선택한지 35년. 이제 서서히 그녀의 지난날, 그리고 그녀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