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잠룡'들이 생각하는 개헌 논의 방향

[시사위크=은진 기자] 개헌은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87년 체제를 지금의 시대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19대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의 개헌 논의는 의미심장하다. 개헌에 소극적이던 여당까지 나서면서 정치권에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흐른다. 특히 차기 권력을 잡으려는 여야 대권주자들이 말하는 개헌 방향은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야권에서 손꼽히는 대권주자 중 대표적인 개헌론자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다. 문 전 대표는 줄곧 개헌을 주장해왔다. 2012년 대선에서는 공약으로 4년 중임제를 기반으로 한 개헌을 내걸었다. 4년 중임제는 대통령의 임기를 1년 줄이는 대신 선거를 통해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는 제도다. 문 전 대표는 이와 함께 “대통령이 되면 책임총리제를 도입하겠다. 책임총리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차기 대선 출마가 확실시되는 문 전 대표가 다음 공약으로도 개헌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방식에 대해서는 줄곧 견지해온 4년 중임제가 유력하다.

같은 당 김부겸 의원은 당내 ‘문재인 대세론’을 뒤집기 위한 ‘견제구’로 개헌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김 의원은 지역주의 타파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만큼 중앙집권화를 탈피하는 방향으로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원은 개헌관련 토론회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지금보다 분산시켜 국민의 의견이 바로 정치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면서 지방분권을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해야 한다”며 “다양한 세력이 국정참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면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연정이 가능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권력분점, 지방분권, 국민기본권 강화에 방점을 찍은 김 의원은 국회 내 ‘개헌특위’ 구성도 제안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조건부 개헌론’을 강조한다. 국민의 기본권 향상 논의가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전 대표는 지난 6월 정세균 국회의장이 20대 국회 개회사에서 “개헌논의를 시작하자”고 불을 지핀 데 대해 “정치권에서는 권력구조 이야기만 한다”며 “먼저 국민 기본권을 어떻게 향상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동의를 구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개헌 논의의 방향을 국민의 권한을 향상하는 쪽으로 틀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여권에서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최근 ‘강연정치’ 행보를 걷고 있는 유 의원은 자신의 강연에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갖추려면 4년 중임제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와 결을 같이 하는 주장이다. 내각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국회와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내각제를 하면) 국회가 행정부를 지배해야 하는데 안정적인 리더십이 나올지 의문”이라는 게 이유다.

하지만 일단 청와대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은 10일 언론에 “지금은 개헌 이슈를 제기할 때가 아니라는 게 확고한 방침”이라고 전했다. 개헌논의가 시작되면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이 급속도로 번질 것이라는 전망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집권 4년차에 접어든 만큼 차기 대권주자들을 중심으로 한 ‘개헌 바람’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개헌 필요성에 동조하고 있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고 개헌 논의를 출발시키는 것에 대해 (청와대가) 그것을 인위적으로 저지하거나 막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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