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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김호연 회장, 3세 승계수순 들어갔나
빙그레 김호연 회장, 3세 승계수순 들어갔나
  • 권정두 기자
  • 승인 2016.10.10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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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그레 계열사 '제때'가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빙그레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끊임없는 ‘일감 몰아주기’ 지적에 꿈쩍도 않던 계열사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모기업’인 빙그레 지분도 서서히 늘려가는 모습이다. 이들의 의도, 그리고 목적지는 무엇일까. 두 가지 분석에 힘이 실린다.

◇ 저력의 빙그레, '제때'를 키우다

1967년 태어난 빙그레는 오랜 전통만큼이나 ‘묵직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바나나맛 우유’ ‘요플레’ ‘투게더’ ‘메로나’ ‘더위사냥’ ‘쿠앤크’ 등 오랜 세월 꾸준히 사랑받아온 ‘장수 제품’ 라인업은 그 탄탄함을 보여주는 척도다.

빙그레는 ‘범 한화가(家)’로 분류된다. 지금은 지분관계가 없지만, 1990년대 후반까지 한화그룹 울타리에 속해있었다. 김승연 회장의 동생인 김호연 회장이 빙그레의 최대주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빙그레의 ‘미래’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회사는 바로 ‘제때(JETTE)’다. ‘KNL물류’에서 지난 1월 이름을 바꿨다. 바뀐 것은 이름만이 아니다.

'제때'는 과거 지나친 모기업 의존도로 인해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2006년에는 빙그레를 통한 매출이 전체의 98%에 달할 정도였고, 2007년과 2008년에도 80%를 훌쩍 넘었다. 빙그레 덕분에 매출의 꾸준한 성장세와 안정적인 영업이익도 확보할 수 있었다.

'제때'가 벌어들인 돈은 ‘배당금’을 통해 김호연 회장의 세 자녀에게 들어갔다. 김호연 회장의 세 자녀가 제때 지분 100%를 나눠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이유다. 향후 자녀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뒤를 이었다.

특히 2014년 '제때'에서 발생한 해고 사태와 폭발 사망사고는 이러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비용 절감’에만 집중한 탓에 심화된 하청·재하청 구조가 해고 사태 및 사망사고로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 19대 총선 출마 당시 김호연 회장. <뉴시스>
◇ 의존도는 낮추고, 지분은 늘리고

'제때'가 달라진 것은 이름만이 아니다. 최근 행보도 과거와 다르다.

먼저 빙그레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췄다. 2000년대 후반까지 80~90%에 달했던 빙그레 의존도가 이제는 40% 초반까지 내려왔다. 2013년 50% 밑으로 떨어진 이후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다만, 빙그레를 통해 얻은 매출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가파르던 빙그레 매출 증가세가 속도를 크게 줄였다. 2013년부터는 300억원대에 머물며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다른 ‘손님’들을 적극 유치하면서, 전체 매출에서 빙그레 매출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행보는 빙그레 지분 매입이다. '제때'는 2007년 빙그레 지분 1.70%를 사들인 이후 10년여 동안 이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지난 9월, 빙그레 지분 늘리기에 나섰다. 9월 6일부터 13일까지 6거래일 동안 총 29만8290주를 사들였다. 지분율은 1.70%에서 1.96%로 늘었다.

'제때'의 빙그레 지분율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10여년 동안 한결같이 유지해온 지분을 늘리기 시작했다는 점, '제때'의 지분은 곧 김호연 회장 자녀들의 지분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등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특히 빙그레의 공시 시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빙그레 주가는 8월 하순부터 9월 상순까지 하락세를 보였다. '제때'가 빙그레 지분을 사들인 시기와 일치한다. 하지만 주가 부양을 위한 조치로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빙그레가 '제때'의 지분 매입을 공시한 것은 9월 9일과 13일. 각각 주말과 추석을 앞둔 시기다. 공시는 모두 장마감 후에 이뤄졌다. 기업들은 주로 감추고 싶은 공시를 휴일을 앞두고 하는 경향이 있다.

빙그레 의존도 감소와 빙그레 지분 증가. '제때'의 이 두 가지 변화를 종합해보면, 그 목적지는 조금 더 뚜렷하게 보인다. 바로 ‘승계’다. 승계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일감 몰아주기’ 소지는 해소해나가면서, 적절한 시기에 빙그레 지분을 늘려 향후 승계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와 더불어 김호연 회장의 정계 복귀 추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김호연 회장은 2008년 회장 직을 내려놓고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2010년 보궐선거를 통해 마침내 국회 입성에 성공했으나, 2년 뒤 19대 총선에서는 재차 낙선했다.

김호연 회장은 2014년 빙그레 등기임원으로 복귀하며 기업인으로 돌아왔고, 지난 4월 열린 20대 총선에서도 이렇다 할 정치적 행보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1955년생인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향후 재도전 가능성은 열려있다. 다만, 빙그레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정치인 김호연에게 아픈 부분이다. 재도전을 위해선 이 문제 해결이 반드시 필요하다.

재계 관계자는 “빙그레와 '제때'의 행보는 재벌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승계 수순”이라며 “이전의 '제때'가 빙그레를 통해 내실을 다졌다면, 앞으로의 '제때'는 외연을 확장하며 빙그레 지분을 점차 늘려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