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관리하는 한빛원전. <한수원 홈페이지>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불량제품을 납품했는데도, 문제삼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이 같은 상황이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조석·이하 한수원)에서 벌어지고 있다. 불량부품이 납품된 사실을 확인했는데도, ‘부정당제재’를 하지 않은 채 여전히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해당 업체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사돈 회사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한수원의 ‘석연찮은 배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 불량제품 납품에도 ‘하도급 문제’라며 면죄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곳은 ㈜엔케이다.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으로, 소화장치·해양플랜트 기자재·고압가스 용기 등을 생산·판매한다.

논란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찰청에 두 건의 제보가 접수됐는데, △핵발전소에 결함이 있는 수소실린더와 △성능이 위조된 불꽃감지기가 납품되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즉각 조사에 착수했고, ㈜엔케이가 불량 수소실린더를 한수원에 납품한 사실을 확인했다.

핵발전소에서 수소가스는 가동되는 터빈의 열을 식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저장장치(실린더)는 주요 설비 중 하나다. 특히 고압가스실린더는 용접부가 없어야 한다. 해당 저장장치의 결함은 가스 누출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안전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엔케이는 지난 2004년 고리본부와 월성본부에 육성용접을 한 불량 제품을 납품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서상에 ‘고압수소실린더에는 용접부가 없어야(Seamless)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음에도 일부 실린더를 용접해서 납품한 것이다. 196개 중 96개가 불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로부터 해당 내용을 전달받은 한수원은 불량 제품에 대해 전량 교체 처리했다. 한수원은 그러나 해당 업체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사돈 회사로 알려진 ㈜엔케이가 한수원에 불량부품을 납품한 사실이 적발되고도 '부정당제재' 등의 처분을 받지 않아 의구심을 낳고 있다. <㈜엔케이 홈페이지>
◇ “제재 반대” 한수원, 석연찮은 심의위원회

이 뿐만 아니다. 2014년 당시 경찰청에 접수된 제보 중 한 건인 ‘불량 불꽃감지기 납품’ 역시 사실로 드러났다. 원전용 화재감지장치인 불꽃감지기는 ㈜엔케이의 하도급업체에서 제작한 것으로,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서 인증받은 제품의 케이스만 사용하고 감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출하용 헥사 프로그램이 입력된 PCB가 부착된 채 납품된 것으로 밝혀졌다. 불꽃 감지의 감도가 떨어지면 실제 화재 발생시 초기인지가 어려워 대형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엔케이는 한수원 고리본부와 한빛본부에 화재감지장치인 불꽃감지기 342개(약 3억5000만원 상당)의 제품을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은 불량부품을 전면 회수조치하고, ㈜엔케이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1억2600만원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역시 해당 업체에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

한수원 실무팀은 이 같은 사실을 토대로 지난해 12월 ㈜엔케이에 대해 6개월간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의 안건을 ‘특수계약(공정거래)심의위원회’에 올렸지만 부결됐다. 원청인 ㈜엔케이가 아닌 ‘하청업체의 잘못’인데다, 제품의 문제이지 계약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서울 금천구)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당시 심의위원회에는 한수원 관계자 6명, 민간위원 7명 등 총 13명이 참석했으나, 민간인사 2명이 중도에 나가고 위원장을 제외한 10명이 제재 찬반 투표에 참여했다. 결과는 찬성 4표 반대 6표로, 안건은 ‘부결’됐다. 이훈 의원은 “한수원 담당자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무기명 투표를 했지만 토의 과정에서 민간참여 위원들의 제재의견이 강했다. 결국, ㈜엔케이 제재안은 한수원의 집단 반대로 부결된 셈”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의 이러한 조치는 이례적이다. 2013년 원전비리 당시 한수원은 시험성적서의 직접 위조 여부와 상관없이 공급된 품목의 품질서류가 위조된 경우 한수원과 계약한 공급업체를 ‘공급자효력 정지’를 했고, 직접위조하지 않았더라도 위조된 품질서류에 대한 품질관리 책임으로 ‘부정당업자로 등록’해 입찰참가를 제한했다. 대표적으로 두산중공업, 효성, 현대중공업, LS산전 등 대기업을 비롯한 다수업체가 이런 이유로 제재를 받았다.

▲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엔케이가 김무성 전 대표의 사돈회사라는 점을 의식해 한수원 실무팀의 처벌 의견을 묵살 한 것 아니냐며 특혜의혹을 제기 했다. <사진=한수원 본사, 한수원 제공>
◇ 조석 한수원 사장 “특혜, 사실 아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서울 금천구)은 “㈜엔케이가 자신의 하도급 회사가 제작한 불꽃감지기에 대해 소방인증 내용과 제품의 동일성을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납품한 것은 주의의무를 태만한 것이 분명함에도 한수원은 하도급의 문제라고만 치부하여 자신들과의 직접계약 당사자인 ㈜엔케이에 면죄부를 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 업체가 김무성 전 대표의 사돈회사라는 점을 의식해 한수원 실무팀의 처벌 의견을 묵살 한 것 아니냐”고 특혜의혹을 제기 했다. ㈜엔케이는 김무성 대표의 사돈업체로, ㈜엔케이의 박윤소 대표의 아들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딸은 부부다.

이 의원은 이어 “㈜엔케이가 고압가스실린더도 부정 납품한 것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왜 1년 반이 지나도록 부정당업체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아직도 한수원이 정권의 눈치와 원전마피아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조석 한수원 사장은 “특혜 지원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조석 사장은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그 당시에 그렇게 (특혜 지원을) 안 했다. 원자력(발전)을 하는 것을 범죄집단으로 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엔케이에서 (하청업체에 대한) 감독을 게을리 했거나 지시를 했거나 서류를 위조했거나 방조하는 등 (사건에) 개입한 정황이 없어서 심의위에서 부결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청업체가 (불량 사실을) 속인건데, 직접 개입한 정황이 없는 엔케이에를 부정당제재 한다면 원청(㈜엔케이)이 억울하지 않겠는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수원은 공정한 특수계약심의위원회를 운영하기 위하여 위원장을 비롯, 외부위원을 포함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