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터닝메카드' 유통사 '손오공'이 '마텔'과 파트너십을 맺었다.<뉴시스>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토종 완구기업의 자존심 ‘손오공’이 외국 자본에 넘어갔다. 글로벌 완구 기업 ‘마텔’이 지분을 매입해 1대 주주로 등극한 것이다. ‘바비 인형’ 등 마텔 제품의 국내 독점판매권이 손오공에 넘어가며  매출에는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그러나 경영권을 외국계 기업이 장악하면서 국내 완구업계의 '멸종'을 우려하는 시각도 제기됐다.

◇ 국내 독점판매권 획득… 매출은 ‘글쎄’

11일 국내 완구업계 1위 손오공이 세계 완구업계 1위 마텔의 손을 잡았다. 두 업체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정식 협력사로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번 제휴는 아시아 쪽 판로 확장을 꾀하던 마텔이 먼저 파트너십을 제안하며 시작됐다. 손오공은 마텔 전체 브랜드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얻었다. 2년의 계약기간 동안 게임을 제외한 마텔의 모든 제품의 국내 영업‧마케팅‧유통을 전담한다.

손오공이 판매하게 될 마텔의 완구 브랜드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영유아 브랜드 ‘피셔프라이스’, 세계 미니카 매출 1위 ‘핫윌’, 여아 인형 ‘바비’를 비롯해 ‘토마스와 친구들’ ‘메가블럭’ 등이 대표 상품으로 꼽힌다. 기존엔 마텔이 몇몇 외부업체에 유통을 맡겼다. 손오공과의 제휴로 판로를 확보하면서 매출은 종전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 세계적 브랜드 파워는 입증됐지만 국내소비자들의 반응에는 의견이 갈렸다. 한국완구협회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마텔 제품의 구매력이 뛰어난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에서는 바비 인형이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는데 한국에서 여아 인형 완구는 미미‧쥬쥬가 쌍벽을 이루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마텔의 한국 매출은 280억원에 그쳤다. 협회에 따르면 이마저도 완구 매출이 아닌 영유아용품 브랜드인 피셔프라이스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통상적으로 완구 제품의 인기는 콘텐츠 파워에 따라 결정된다. 마텔코리아는 재작년 인기를 얻었던 ‘겨울왕국’ 관련 완구상품을 출시해 4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했다. ‘바비인형’ ‘토마스와 친구들’ 등 상대적으로 낯선 외국계 콘텐츠 완구의 국내 판매가 녹록치만은 않아 보이는 이유다.

◇ 외국계 기업이 ‘1대 주주’?… “득실 따져봐야”

실질적인 수익창출 기회는 마텔이 가져갈 전망이다. 마텔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손오공 주식도 12% 가량 인수했다. 창업주인 최신규 회장의 지분 16.93% 중 11.99%를 인수한 것이다. 인수액은 139억6800만원이고 인수일은 오는 21일이다. 최 회장은 지분 4.94%를 가져 2대 주주로 내려앉았다.

업계는 벌써 마텔의 배당액이 상당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손오공에는 마텔과 최 회장 외에 지분을 1% 이상 보유한 주주가 없다. 손오공이 ‘터닝메카드’로 작년 1251억원의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도 주식 매입 배경으로 꼽힌다.

해외자본의 국내 완구회사 지분 매입은 기대보단 우려가 크다. 재작년 또봇으로 유명한 국내 2위 완구업체 ‘영실업’은 외국계 사모펀드에 경영권과 보유지분을 매각했다. 이후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 ‘해그랜드캐피털 파트너스’는 영실업의 경영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결국 손오공에 시장 주도권을 뺏기면서 매출 하락을 면치 못했다.

손오공은 최대주주의 변화에도 경영권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손오공 김종완 대표는 입장자료를 통해 “현 경영진에는 변화가 없다”며 “터닝메카드 등 손오공의 기존 완구사업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토종 완구업체가 외국계 업체와의 파트너십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뭘까. 업계는 성장기반 부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한국완구협회 관계자는 “국내 완구업체는 해외 완구업체의 판매를 대행하는 에이전시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며 “자본이 많으면 좋겠지만 국내시장에서는 콘텐츠를 개발했다가 대박을 내지 못하면 리스크가 커 경쟁력이 입증된 외국 제품을 많이 들여온다”고 설명했다.

주 소비층인 어린이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새로운 리스크다. 저출산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현 시점에 순수 장난감 업체로만 성장을 꾀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OECD에서 발표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명 수준이다. OECD 평균인 1.7명에 한참 모자라 회원국 가운데서도 최하위권이다. 부정적 환경 속에서 자체 콘텐츠 투자가 아닌 ‘비쌀 때 팔자’는 인식이 완구업계에 번진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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