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차 인줄 알고 BMW 차량을 구입한 고객들이 전시용 차량에 '뒷통수'를 맞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필요한 물건을 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 중 하나. 이른바 ‘DP상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DP상품이란 매장에서 전시용으로 사용돼 원래 가격보다 싸게 파는 물건을 뜻한다. 외관이 닳고, 사용 이력이 있긴 하지만 성능에는 크게 문제가 없어 알뜰족에게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새 물건인줄 알고, 정상가를 주고 구입한 물건이 알고 보니 DP상품이었다면? 소비자는 뒷목을 부여잡고 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최소 수천만원, 많게는 억단위를 넘어가는 고급 외제차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소비자의 분통을 터뜨리게 하는 일이 BMW에서 연이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A씨는 지난 5월 1억원이 넘게 주고 고급 BMW 차량을 구입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차는 매장 전시용으로 사용된 것이었다.

해당 차량은 인수받은 지 며칠 만에 타이어 펑크가 나는 등 안전상의 문제를 드러냈고, 파손된 부분이 발견되기도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차’를 맞이한 고객으로선 뚜껑이 열리는 일이었다.

A씨를 더욱 분노하게 만든 것은 해당 업체의 사후조치다. 전시용 차량이란 사실을 전혀 안내받지 못했던 A씨는 교환을 요구했으나 업체는 이를 거부했다.

‘고급 외제차’의 대표주자인 BMW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와 유사한 사례는 이미 수년 전부터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비슷한 경험담은 물론 대처법 및 예방법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시용 차량을 받고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그냥 넘어간 고객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에 만연한 일은 아니지만, 일탈을 하는 딜러 및 딜러사가 있다”며 “전시용 차량을 속여 파는 행태는 업계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 BMW “일부 일탈 행위 사실, 견적실명제 도입”

BMW코리아 측도 이를 인정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일부 딜러사나 딜러가 전시용 차량을 사전에 안내하지 않아 고객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전시용 차량 판매 시 반드시 안내하라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딜러사들에게 전달하고 있고, 이 같은 의무에 대한 딜러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며 “법적인 문제로 인해 본사 차원에서 전시용 차량에 대한 할인율 등을 정해놓진 않고 있지만, 딜러사나 딜러 재량으로 고객에게 일부 혜택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숨기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본사 차원의 제재는 따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BMW 측은 “딜러사와 딜러에 대한 고객만족도 및 고객의 불만 제기 등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평가한다. 해당 사안도 딜러사 및 딜러 평가에 모두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BMW코리아가 제시한 해결책은 지난 7월 업계 최초로 도입한 ‘견적실명제’다. 차량을 구입하는 과정 전반이 투명하게 공개돼 전시용 차량에 의한 피해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아울러 딜러들의 영업환경 및 처우를 강화해 이 같은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이전에는 고객이 전시용 차량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 쉽지 않았지만, 견적실명제가 도입된 이상 앞으로는 이 같은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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