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노인요양병원’이 M&A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고 있다. 동종 병원업체 뿐만 아니라 일반기업들까지 예비입찰에 뛰어들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의료법인’이라는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투자매력이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오너 일가 비리 의혹으로 직격탄을 맞은 롯데그룹 역시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된다.
◇ 신동빈 구속 면한 롯데, 활동 재개하나
화제의 중심에 선 곳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노인요양전문병원 ‘보바스기념병원(늘푸른의료재단)’이다. 의료법인 늘푸른의료재단이 운영하는 곳으로, 2002년 영국 보바스재단으로부터 명칭을 받은 뒤 개원했다. 뇌졸중·치매 등 노인성 질환 전문으로, 노인들 사이에선 인지도가 높다. 하지만 무리하게 실버타운과 요양원을 지으며 자금난을 겪다 결국 지난해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과 매각 주관사 EY한영이 늘푸른의료재단(보바스병원 운영주체)에 대한 예비입찰을 진행한 결과, 12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일단 ‘매각 흥행’으로 평가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동종의 병원·의료기업을 비롯해 일반기업도 대거 관심을 보냈다는 사실이다. 병원의 경우, 요양병원 인수를 통해 재활이나 요양 등 사업 확장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수전 참여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일반 기업들로선 ‘의료법인’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그동안 인수에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예비입찰에는 양지병원을 비롯해 부민병원, 호텔롯데, 한국야쿠르트, (주)보성 등 총 12개 후보가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다. 이중 10개 후보가 예비실사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본입찰에 참여할 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건설업체를 비롯해 식음료업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업이 관심을 보인 점은 흥미롭다.
◇ ‘병원운영 노하우’ 관건 될 듯
투자은행업계에서는 롯데를 비롯해 일반기업이 의료재단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는 그만큼 투자매력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보바스기념병원은 수도권이라는 입지적 조건과, ‘국내 최고 노인 재활·요양 전문’이라는 사업비즈니스를 가지고 있다. 2015년말 기준 보바스기념병원의 매출은 435억원, 영업이익은 43억원으로 2013년 이후 매년 400억원 이상의 의료수익을 거두고 있다. 수익성 및 현금 흐름이 안정적인 점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실버산업은 의료산업의 신성장동력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중국은 한국·일본과 더불어 급격한 인구 고령화를 겪고 있지만 정작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전문 의료서비스 인프라는 매우 취약한 상태다. 늘푸른의료재단은 최근 중국 산둥성 옌타이 지역에 루예보바스재활병원을 설립하고 한국형 노인전문병원으로서 중국 의료시장에 첫 진출했다.
다만 법원이 단순 투자수익을 노리는 곳 보다는 병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수자를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병원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일반기업 후보군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사다. 보바스기념병원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것은, 병원사업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전 이사장의 횡령·배임 여부 등이 논란이 되는 과정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늘푸른의료재단의 자산은 1013억원, 부채는 842억원이다. 채무 변제 이후 자본금 무상출연 등까지 고려하면 최소 입찰 가격은 1000억원대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바스기념병원(늘푸른의료재단)’ 본입찰은 오는 13일 진행될 예정이다. 매각은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이뤄진다. 10월 18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약 2주간의 상세실사 기간을 거쳐 연내 매각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