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와 르노삼성이 내수시장 4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올해 자동차 내수시장은 ‘격동의 시기’였다.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현대·기아자동차에 맞서 한국지엠(쉐보레),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가 매서운 반란을 이어갔고, 수입차 업계에서는 ‘빅4’를 형성하고 있던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몰락했다.

특히 쉐보레, 쌍용차, 르노삼성은 지난해부터 적극적인 신차 공세를 앞세워 ‘언더독 반란’을 일으켰다. 쉐보레 스파크는 경차 라이벌 기아차 모닝을 뛰어넘었다. 쉐보레 말리부와 르노삼성 SM6는 중형 세단 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왔다. 쌍용차 티볼리는 소형 SUV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다. 세 업체 모두 올해 만족스러운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큰 변화 속에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자동차 내수시장에서 또 하나의 이슈는 누가 꼴찌로 밀려나느냐다. 쉐보레, 쌍용차, 르노삼성의 행보가 워낙 적극적이다 보니 순위 싸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4위냐, 꼴찌냐… 관건은 ‘투톱’

쉐보레, 쌍용차, 르노삼성 중 3위가 유력한 것은 쉐보레다. 내수시장에서 9월까지 12만7990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스파크(5만8011대)와 말리부(2만3927대)를 중심으로 이룬 성과다.

그 뒤를 잇는 쌍용차와 르노삼성은 각각 7만3929대와 7만1204대의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쉐보레와 비교하면 5만대 이상 격차가 벌어져 있다. 남은 기간이 석 달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쌍용차와 르노삼성 중에 ‘꼴찌’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와 르노삼성는 박빙이다. 쌍용차가 2725대 앞서있다. 하지만 최근 기세는 르노삼성이 강하다. 르노삼성은 9월 내수시장에서 9222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반면 쌍용차는 8011대에 그쳐 1200대 가량 뒤졌다. 현재의 승자는 쌍용차지만, 르노삼성도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다.

관건은 신차 활약 여부다. 르노삼성은 올해 상반기 SM6, 하반기 QM6를 선보였다. SM6는 중형 세단 시장에서 쏘나타의 뒤를 쫒으며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고, 지난달 정식 출시한 QM6는 이제 본격적으로 기세를 올릴 시기다. 르노삼성이 9월 성적에서 쌍용차를 1000여대 이상 앞설 수 있었던 것도 QM6의 등장이 크게 작용했다. 따라서 QM6의 행보가 특히 중요한 상황이다.

쌍용차가 믿는 구석은 역시 티볼리다. 쌍용차는 지난해 티볼리를 출시해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가장 작고, 가장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쌍용차를 이끄는 ‘리더’가 됐다. 티볼리의 성공에 고무된 쌍용차는 지난 3월 롱바디 모델인 ‘티볼리 에어’를 출시하며 라인업을 강화했다.

4000~5000여대 수준의 월간 판매량을 기록 중인 티볼리는 최근 연식 변경 모델인 2017 티볼리를 선보이며 새로운 동력을 장착했다. 잠시 주춤했던 기세가 다시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코란도 스포츠의 뒷받침도 중요하다. 코란도 스포츠는 티볼리를 제외한 쌍용차 모델 중 유일하게 2000여대 수준의 월간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쌍용차와 르노삼성의 전체 라인업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체 판매량에서 ‘투톱’이 유난히 돋보인다는 점이다. 티볼리와 코란도 스포츠, SM6와 QM6가 그 주인공이다. 각각 전체의 3분의 2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쌍용차와 르노삼성의 자존심을 건 꼴찌 싸움은 ‘투톱’ 경쟁에 달려있는 셈이다.

▲ 쌍용차와 르노삼성의 월간판매량 비교. <시사위크>
◇ ‘꼴찌’ 향한 미묘한 온도차

쌍용차와 르노삼성은 모두 지난해보다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내수시장 판매량과 비교하면 쌍용차는 6.8%, 르노삼성은 25.4%나 늘었다.

하지만 ‘상대평가’ 또한 중요하다. 제 아무리 실적 목표를 달성하고, 시장의 좋은 반응을 얻는다 해도 업계 꼴찌에 머문다면 빛이 바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순위를 조금 더 신경쓰는 것은 르노삼성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티볼리를 출시한 쌍용차에 밀려 내수시장 꼴찌라는 굴욕을 맛봤다. 르노삼성이 올해 신차 출시에 적극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SM6와 QM6는 성공작으로 평가받는다. 그간 정체됐던 르노삼성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SM6와 QM6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내수시장 꼴찌에 머문다면 마냥 웃을 수 없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판매량이 크게 늘었고, SM6와 QM6도 자리를 잡았다는 점에서 분위기가 좋다. 내년을 향한 기대가 더 큰 상황”이라며 “순위보다는 실적이 중요하다. 다만, 순위를 완전히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는 것 같다. QM6가 이제 막 출시된 만큼, 충분히 4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쌍용차는 ‘오로지 실적'이다. 순위는 아무래도 상관없고, 그저 차를 많이 팔아 많은 흑자를 내는 것이 당면과제라고 말한다.

쌍용차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꼴찌 다툼 같은 구도를 만들어 관심을 갖는데, 우리는 순위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오로지 많은 이익을 남기는 것이 목표”라며 “쌍용차는 애초에 다른 업체와 라인업부터 다르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작지만 강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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