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에 이어 모나미가 최순실 씨 딸 승마특혜 의혹에 이름을 올렸다. 모나미는 승마육성 차원이라는 설명이지만 의혹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함.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문구전문 기업이 승마장을 인수했다. 오너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것일 수도 있고, 회사 경영전략에 따른 결정일 수도 있다. 그런데 배경도 과정도 석연찮다는 의혹이 나온다. 해당 승마장이 정치적 구설의 중심에 선 곳이어서다. 모나미는 “송하경 사장 개인의 거래로, 승마육성 차원”이라는 설명이지만 의혹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 최순실 딸 승마 특혜 의혹에 삼성 이어 모나미 ‘왜’?

최순실, 정유라, 승마장, 삼성 그리고 모나미.
도대체 어떤 관계인 것일까.

최순실 씨의 딸인 정유라 씨를 지원하기 위해 삼성이 인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독일 승마장을 문구전문업체인 ‘모나미’가 인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JTBC는 독일 엠스데텐 ‘루돌프 질링거 경기장’을 사들인 곳은 삼성이 아닌 모나미 사장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송하경 모나미 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2월 해당 승마장 인수를 위한 MOU를 체결했으며, 석 달 뒤인 5월 인수가 확정됐다고 밝혔다. 인수금액은 230만유로(약 28억원)로 알려졌다.

문구기업과 승마사업의 연관성이 적은 점을 감안하면 송하경 사장의 승마장 인수는 시선을 끄는 사안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송하경 사장은 유명한 동물 애호가로, 평소 승마에도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에 따르면 모나미는 두 달 전 승마단을 창단하기도 했다. 현재 4명의 선수를 육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송하경 사장이 인수한 ‘루돌프 자일링거’ 승마장은 최순실 씨 딸 승마특혜 의혹으로 구설에 올랐던 곳이라는 점이다. 올 초 유럽 승마전문지에 ‘삼성이 인수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2월 15일 유럽의 승마전문지 ‘유로드레사지(Eurodressage)’는 “스페인 그랑프리 수상 승마선수 모간 바르방콘 메스트레가 자신의 초고 애마 ‘비타나 브이(Vitana V)'를 한국인에게 팔았으며, 이 말은 앞으로 최순실의 딸이자 한국 승마 국가대표인 정유라가 탈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삼성이 최근 독일 엠스데텐에 있는 루돌프 자일링거라는 승마장을 사들였는데, 이곳은 한국 승마팀의 2020년 도쿄 올림픽 대비용 훈련 장소로 쓰이게 된다”고 전했다.

▲ 12일 JTBC는 ‘삼성 인수설’로 관심을 모았던 독일 엠스데텐 ‘루돌프 질링거 경기장’을 사들인 곳은 삼성이 아닌 모나미 사장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 JTBC 방송화면 캡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삼성이 독일의 승마장과 마장용 말(Vitana V) 구입 비용을 대고 유럽 현지 승마훈련을 지원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삼성은 인수설을 부인했는데, 실제 해당 승마장을 인수한 곳이 모나미 송하경 사장으로 확인된 것이다. 유럽의 승마전문지 ‘유로드레사지(Eurodressage)’는 승마장 인수주체를 ‘삼성’에서 ‘송하경’으로 수정한 상태다.

관심사는 인수 목적이다. 필기구 등 문구류를 전문으로 하는 모나미가 독일에 있는 승마장을 구입한 배경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송하경 사장은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투자목적”이라고 밝혔다. 승마장을 샀다가 중국에 다시 팔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 모나미 “승마 육성 위한 송하경 사장 개인거래”

하지만 공교롭게도 송하경 사장이 독일 승마장을 인수하기 직전 모나미가 삼성전자와 약 1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은 커졌다. 삼성이 모나미를 통해 독일 승마장을 인수, 최순실 씨의 딸을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모나미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회사(모나미)와는 무관한 일이며, 송하경 사장 개인의 거래라는 것이다.

모나미는 13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모나미가 아닌, 티펙스(화물운송업체)와 송하경 사장이 체결한 계약”이라며 “거래대금 역시 개인비용과 티펙스의 일부 영업비로 처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해당 승마장 인수 계약서에는 티펙스와 송하경 사장이 인수주체로 명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펙스는 화물운송업체로, 모나미의 협력업체다. 송하경 사장의 부인 홍의숙 씨와 장남 송재화 씨가 각각 지분 50%를 보유한 회사로, 사실상 송하경 사장 개인회사다.

▲ 유로드레사지((Eurodressage) 2월15일자 기사 전문. 당초 삼성이 승마장을 사들였다고 보도했다가, 최근 송하경으로 기사를 수정했다. <유로드레사지>
모나미에 따르면 송하경 사장은 스포츠 종목인 승마에 오랜 시간 애정을 갖고 있었으며, 개인 소유 말도 여러 필 있다. 최근 비인기종목인 승마에 대한 지원을 위해 사재를 털어 승마 지원에 나섰다. 선수들에게 송하경 대표 개인 소유의 말을 지원하고 승마장 구입에 대해서도 개인이 보증을 서고 대출 받는 등 대부분의 지원에 주로 개인 사재를 출연하고 있다. 승마장 구입도 그 연장선에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곳에서 말 훈련법이나 승마장 운영방법 등에 대한 노하우를 습득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모나미 측 관계자는 “승마장 구입을 위해서 작년 10월 구매의향서를 제출한 상태였고, 이후 MOU, 계약 등의 순으로 계약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아직 소유권 이전이 되지 않은 상태라 현재까지 승마장을 이용하지 않았고 당연히 특정선수의 훈련을 도울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모나미는 특히 삼성과의 거래에 대해 “1998년부터 18년간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곳”이라며 “거래된 총액만 보더라도 5000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OA관련) 99억 계약은 이례적이거나 큰 계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승마장 인수주체인 티펙스의 2015년 12월 기준 실적은 매출 76억원, 영업이익 6억8000만원, 순이익 4억7000만원 가량이다. 송하경 사장의 사재를 보탰더라도 28억원의 인수자금을 동원하기엔 쉽지 않은 규모다.

모나미 측의 설명대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것일까. 삼성의 최순실 씨 딸 승마특혜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송하경 모나미 사장의 승마장 인수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안은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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