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28일 전태일재단을 전격적으로 방문했으나 재단에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22분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전태일재단을 찾았으나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씨와 쌍용차 노조원·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진입하지 못했다.
 
이들이 재단 입구를 막고 진입을 저지하자 박 후보는 방문을 포기하고 10시29분께 열사의 동상이 있는 청계천 평화시장앞 '전태일 거리'로 이동했다.
 
박 후보는 이후 전태일 거리에서 열사의 동상에 헌화할 예정이었으나 한 시위자가 동상을 막아서 이를 저지하는 바람에 꽃도 놓지 못했다.
 
당황한 박 후보는 동행한 김준용 국민노동조합총연맹 자문위원에게 준비해 온 꽃을 전달했고 김 자문위원이 대신 헌화했으나 시위자들은 이를 발로 차고, 던지는 등 격렬하게 항의했다.
 
박 후보는 당초 재단에서 오는 3일 1주기를 앞둔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를 추모하고 열사 분신 당시 옆에 있던 김영문씨, 청계피복노조위원장 출신인 최종인·이승철씨 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었다.
 
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대통합 행보'의 일환으로 노동운동의 상징이자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시절 그늘을 대변하는 열사의 재단을 찾아 뜻을 기리고 유족 등을 만나 위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박 후보의 방문에 앞서 이날 오전 9시 45분께 전태삼 씨는 재단 앞에서 회견을 통해 박 후보의 일방적인 방문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태삼 씨는 "박근혜 후보가 '전태일 정신' 없이 재단에 찾아오는 것을 유가족 입장에서는 받아드릴 수 없다"며 "박 의원이 이곳을 방문한다는 자체가 너무나 일방적이다. 자신의 생각을 모든 사람에게 정당화하려는 독선은 지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희생자, 유가족들이 대한문 앞에서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어나가면 안된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호소하고 있다"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를 하루 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하루 하루 생존에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공권력을 넘어서는 용역 폭력배들에게 당하고 있다”며 “이런 무법천지에서 어느 것 하나 해결하려는 진심이 먼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김명운 민족민주열사 희생자추모 단체연대회의 의장도 "박 후보가 언제 쌍용차 분향소에 얼굴이라도 내민 적이 있는가. 용산 철거민이 죽어나간 자리에 언제 한번 발길한 적이 있는가"라며 "박 후보가 여기와서 사람들 손 잡고 하는 쇼는 그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열사의 여동생인 전순옥 민주통합당 의원(비례대표) 역시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박 후보가 전태일재단을 방문해 전태일 정신을 살리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소식에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박 후보는 좋은 취지로 재단을 방문하는 것이겠지만 이 나라의 노동 현실은 그리 쉽게 개선될 수 없을 만큼 문제 투성이가 돼버렸다"며 "지금 가장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놓인 쌍용자동차 희생자와 유가족들, 용산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먼저 찾고 가장 나중에 전태일을 찾아도 늦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28일 박근혜 대통령 선거 후보의 고 전태일 열사 재단 방문이 무산 된 것과 관련, "이번 방문 무산을 통해 다시 한번 우리 사회에 놓인 큰 벽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홍일표 새누리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전태일 재단 방문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 자살하면서 우리나라 노동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긴 그분(전태일 열사)의 뜻을 기리고 앞으로 국정 운영에 그 분의 의지를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홍 대변인은 "진영 논리에 갖혀 보수와 진보로 분열된 우리사회를 통합해 '100% 대한민국'인 국민 통합에 대한 소신과 각오를 갖고 있다"며 "새누리당은 이러한 큰 벽과 강을 앞으로도 계속 허물거나 메워나가 국민 통합을 위해 더 큰 노력과 소통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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