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공항공사 협력업체 직원이 밝힌 4월 급여명세서와 7월 급여명세서.<인천공항 노조 제공>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인천공항공사에서 최저시급보다 못한 임금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공항공사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협력업체의 중간착취와 원청업체인 공항공사의 외면 속에 2중 하청 노동자들은 냉가슴만 앓고 있다.

◇ 협력업체 중간착취, 뒷짐 진 인천공사

인천공항 셔틀버스를 모는 A씨는 월급날이 즐겁지 않다. 이번 달 급여가 들어왔지만 통장은 여전히 가볍다. 100만원을 턱걸이로 넘는 월급을 시급으로 따져보니 5057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인 6030원은 물론 작년 최저임금인 5580원에도 못미치는 금액이다.

문제는 A씨가 몸담은 협력업체였다. 14일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에 따르면 공사가 일감을 맡기는 협력업체 46개 중 32곳이 최저임금을 위반하고 있었다. 특히 낮은 급수의 용역일수록 착취는 심했다. 7등급 용역인 귀빈실 운영인력은 2016년 기준으로, 시급 5061원을 받고 일했다. 심지어 2014년 최저임금인 5210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남는 돈은 협력업체 주머니로 들어갔다. 인천공항공사 노조 관계자는 “공사는 하청업체에 기본급만 정상적으로 제공하면 된다는 식”이라며 “중간에 하청업체들이 식대, 교통비, 체력단련비 등 복지비와 상여금을 편법적으로 가로채고 있는데 이를 모른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하청업체는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기 위해 복지비 등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등 ‘꼼수’를 부렸다.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조가 공개한 ‘4월분 급여명세서’에는 기본급 약 114만원에 식대, 교통비, 체력단련비 등 복지명목의 수당이 포함됐다. 불과 2달 후 ‘7월분 급여명세서’에는 기본급이 156만원으로 오른 대신 복지관련 급여가 삭제 및 삭감됐다. 실지급액은 오히려 1만원가량 줄었다.

원청업체인 인천공항공사는 “관리를 하고 있다”면서도 정작 책임론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공사 측은 “협력사로부터 최저임금 준수 의무를 지키겠다는 확약서를 받고 있다”면서도 “협력사 인건비 지급을 공사가 직접 관리하는 것은 경영권 침해 사항으로, 위장도급 내지 불법파견 문제가 있어 곤란하다”고 했다.

◇ 업무지시는 ‘직접’… 이중 행태 ‘질타’

▲ 인천공항공사가 2차 하청 노동자들에게 훈련근무를 직접 지시한 문자.<인천공항 노조 제공>
직접적인 근로관계가 아니라며 임금문제에 뒷짐 지던 인천공항공사가 근무지시는 직접 내렸다. 비정규직 노조는 인천공사에서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발송한 문자를 공개했다. 문자 발송 주체는 인천공사 직속 BMC(수하물 관리센터)였다. 2차 하청 노동자들에게 중첩근무 및 비상상황 등을 발송했다. 공항공사가 근로환경을 직접 통제하며 실질적인 고용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임금만 유독 선을 긋는 태도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또 인천공항은 협력업체 직원들의 노조 가입 여부까지 관여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후덕 민주당 의원이 최근 공사로부터 제출받은 ‘협력사 파업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공사는 아웃소싱 업체 직원들의 노조 가입 여부를 파악하고 있었다. 앞서 “협력업체 고유의 인사‧노무 권리권한에 해당하는 어떠한 사항에도 일체 간여할 수 없다”고 답한 것과 상반되는 태도다.

원청업체인 인천공사가 눈을 감자 협력업체는 근로자 임금문제를 은폐하려 했다. 윤후덕 의원이 공개한 ‘인천공항공사 산하 협력업체 근로계약서’ 제 6조 기밀유지 조항에 “임금에 대해 타인에게 누설하지 않으며, 위반할 시 어떠한 처벌도 감수한다”는 내용이 확인됐다.

▲ 인천공항공사의 수하물유지관리 용역 2차 하청업체 근로계약서 일부에 '임금에 대해 타인에게 누설하지 않으며, 위반 시 어떠한 처벌도 감수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윤후덕 의원실 제공>
윤 의원은 “공사는 노동자들이 ‘중간 착취 없이 정당한 임금을 달라’고 주장하면 ‘협력업체 업무에 관여할 수 없다’고 한다”며 “정작 노동자가 스스로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때는 ‘어느 노조에 가입했는지’까지 감시하는 이중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으로서 무책임한 행태에서 벗어나 업체의 중간착취를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국감 출석 이틀 만에 ‘개선’… 허탈한 근로자들

▲ 인천공항공사 환경미화노동자들이 휴게공간 부족으로 계단에서 점심을 때우고 있다.<인천공항 노조 제공>
노동자들은 이 같은 불공정 계약 사실을 공사에 알리며 도움을 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노조 관계자는 “수차례 공사와 만나 고용형태 전환을 요구했지만 회사에 물어보라는 답만 돌아왔다”며 “오히려 공사는 우리를 직접 고용할 경우 급여를 더 줘야 한다며 인건비를 걱정하는 모습만 보였다”고 말했다.

공사 측은 “2018년 8월 이후 차기 용역 발주 시 하도급 최소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며 “엔지니어링 등 핵심 분야 62명에 대한 직고용을 우선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계속되자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에 나왔다. 협력업체 임금문제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정 사장은 “용역의 평균 연봉은 3600만원으로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높은 편”이라며 “현재 용역 계약 내용 등 실태를 확인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 사장이 국감에서 돌아온 후 환경미화노동자 분들에 대한 기본급이 평균 30만원 올랐다”며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의지만 있으면 이렇게 바로 바뀔 수 있는 일인데 허탈하기도 하고, 기본과 원칙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공사의 행태가 씁쓸하기도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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