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우승준 기자]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종반을 향해가는 가운데, ‘권력형 비리 의혹 공방’으로 '기승전미르·K스포츠재단'이란 볼멘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여야가 말로만 ‘민생’을 외치고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얘기기도 하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는 초반부터 위태로웠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이를 빌미로 ‘국정감사 보이콧’을 선언했다. 당시 정치권은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어수선한 상황이었고, 야권에서는 정부여당을 향해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있었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은 ‘현 정부의 비선 실세 개입설’과 ‘재벌대기업의 강제모금설’ 등 다양한 구설수를 낳으며 여론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시간이 흐르고 새누리당은 지난 4일 국정감사 복귀를 선언했다. ‘정부의 비리를 옹호하기 위해 여당이 국감 파행을 강행한다’는 여론의 질타를 의식한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국정감사 복귀에도 불구하고, 원활한 감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새누리당이 국감현장에 복귀하자 야권은 기다렸다는 듯이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제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추궁 공세 속에서도 야권은 의혹과 연관된 뚜렷한 진실을 파헤치지 못했다. 이는 새누리당으로부터 야권 공세를 ‘실체 없는 정치 공세’라는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이같은 여야의 평행선 행보는 14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등에서 국정감사가 진행됐고,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공방은 어김없이 지속됐다. 다른 상임위에서는 종합감사를 실시하며 사실상 올해 국정감사의 끝을 알렸다.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선 여야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공방을 벌이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가계부채 폭탄’과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전기요금 누진제’ 등 시급한 민생 현안을 등한시 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를 바라보는 여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외교학을 전공 중인 대학원생 임모(28)씨는 14일 “최근 정치 관련 기사를 접하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내용으로 도배가 된 느낌”이라면서 “지금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하는데, 정부를 향해 국회가 이를 지적하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여소야대 국정감사’인 점에서 국민이 솔깃해 할 정책과 정보가 많이 나오길 기대했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권력형 비리 의혹 공방에만 몰두한 올해 국정감사가 ‘정치불신’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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