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에스동서 권혁운 회장.<아이에스동서 홈페이지>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부의 대물림’을 위한 재벌들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차명계좌, 페이퍼 컴퍼니 등 불법적인 방법부터 지주사 설립, 장학재단 지분이전 등 법의 빈틈을 교묘히 이용한다.

지난해 <포브스>가 국내 재벌 26위에 선정한 아이에스동서 권혁운 회장도 이 같은 부의 이전을 10년 전부터 준비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 자본금 5000만원 아이에스건설… 2년 만에 매출 395억원

1989년 일신건설산업을 설립한 권혁운 회장은 경남 지역에서 주택을 시작으로 아파트, 주상복합 등 다양한 건축 사업에 손을 대며 회사를 키웠다. 2005년 들어 일신건설산업은 매출 3789억원, 영업이익 847억원을 기록했고, 권 회장은 이듬해 수도권 본부를 출범시키며 전국사업화를 선언했다.

아이에스건설도 이맘때쯤 등장한다. 아이에스건설은 권 회장의 아들 민석씨(1978년생)와 딸 지혜씨(1975년생)가 각각 70%, 30%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2005년 12월 31일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했다.

대표로 나선 민석씨는 만 27세로 젊은 나이였지만, 아이에스건설을 설립 2년 만에 매출 395억원, 당기순이익 107억원의 업체로 성장시켰다. 물론 권 회장의 지원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아이에스건설의 매출 대부분은 일신건설, 일신이앤씨 등 사실상 권 회장 소유라 할 수 있는 업체들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문제는 아이에스동서가 탄생하면서다. 권혁운 회장은 2008년 상장사 동서산업과 일신건설산업의 합병을 진행하면서 아이에스동서로 사명을 변경, 증권시장에 상장시켰다.

아이에스동서의 자산은 2007년 기준 295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조659억원으로 증가했다. 연간 매출도 같은 기간 1612억원에서 9458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성장 배경은 상장으로 인한 외부자금 유입 및 사업 확장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또 아이에스동서가 예전처럼 권 회장 개인 소유 회사로 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아이에스동서의 최대주주는 지분 51.5%를 보유한 아이에스지주다. 권 회장이 8.98%, 권 회장 부인 배한선씨가 1.24%를 보유 중이다. 아이에스지주 지분 100%를 권 회장이 소유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권 회장이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셈이지만, 소액주주들도 포함돼 있다.

◇ 아이에스동서, 상장 후에도 지원 늘어

이 같이 상황이 변했음에도 아이에스건설에 대한 아이에스동서의 지원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에스건설이 지난 한 해 동안 분양수익 등으로 올린 매출은 2150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408억원, 당기순이익은 264억원이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부산의 소기업이 10년 만에 수천억원짜리 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이는 아이에스동서의 대대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기업지배구조 분석 그룹 ‘네비스탁’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아이에스건설이 시행하는 대규모 건설사업의 시공사 대부분이 아이에스동서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또 아이에스동서가 수주한 주요 공사 가운데 관급공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민간 부동산 개발 사업의 발주처가 아이에스건설임을 주목했다.

▲ 지난해 말 기준 공사가 진행중인 아이에스동서의 주요 수주 상황.<네비스탁 제공>

네비스탁은 “아이에스동서는 광교 에일린의 뜰, 아이에스비즈타워 등 최근 5년간 자체 개발 현장에서 분양율 100%를 기록했다”며 “탁월한 자체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유독 아이에스건설을 민간시행사로 선정해 대규모 도급공사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아이에스건설에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아이에스동서가 손해를 감수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일각에선 도급공사의 경우 수익률이 낮은 대신 리스크도 낮다는 장점을 제기한다. 수익이 줄어드는 대신 각종 책임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 말 기준 아이에스건설에 약 109억원의 하도급 대금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또 지난해 아이에스건설이 차입한 719억원은 일신이앤씨에서 제공됐다. 일신이앤씨는 아이에스지주의 100% 자회사로, 총 자산은 130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일신이앤씨는 아이에스동서로부터 약 687억원을 차입한 바 있다.

네비스탁은 “아이에스동서가 우회지원을 통해 아이에스건설의 리스크까지 부담했다”며 “이는 결국 아이에스건설의 대규모 수익으로 연결됐고, 최대주주인 오너2세들은 66억원이라는 배당 수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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