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희망펀드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청년희망재단 사이트 캡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탄생한 ‘청년희망펀드’의 전체 가입자의 절반이 은행 직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 해소’ 대책으로 조성된 이 펀드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만 쥐어짠 이벤트성 대책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관제 펀드’ 오명… “가입자 대부분 은행 직원”

청년희망펀드는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기부를 받아 조성되는 공익신탁형 기부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5일 국무회의에서 제안 한 지 닷새 만에 은행들은 줄줄이 이 펀드를 출시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펀드 자금’을 관리하는 청년희망재단도 설립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1호 기부자로 참여한 이후 각계에서 ‘가입 열풍’이 불었다. 지난해 9월 21일 출시 이후 열흘 동안 5만 여개 계좌, 20억 원이 모였다. 대기업 총수들의 기부 행렬도 잇따랐다. 은행들은 청년희망펀드 가입률을 올리기 위한 홍보에 열을 올렸다.

▲ 은행별 청년희망펀드 기부현황.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하지만 열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가입자 수는 출시 직후인 2015년 9월 5만여 명으로 최다를 기록한 이후 매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월별 기부금액은 출시 이후 넉달 간 증가세를 보였으나 2015년 12월 148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6년 이후에는 매월 6억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펀드 가입자들의 절반은 은행 직원들로 드러나 ‘강제 할당 의혹’까지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은행별 청년희망펀드 기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청년희망펀드’를 수탁 중인 은행은 지난달 30일 현재 우리‧국민‧신한‧기업‧KEB하나‧부산‧농협‧경남‧광주‧대구‧전북‧제주‧수협은행 등 13개 은행이다. 

이들 은행에 공익 신탁한 기부자는 모두 9만3000명이며, 총 기부액은 424억원에 달한다. 이들 중 52%인 4만8000명이 수탁 은행 소속 직원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기부금 규모는 약 25억원으로 전체 기부금의 6% 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김해영 의원은 “청년희망펀드 수탁업무가 사실상 은행 직원들에게 실적 압박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강제할당 등의 실적 압박 행태는 사업 본연의 좋은 취지를 훼손시키게 되므로 즉각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직원들에 가입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논란은 펀드 출범 초기부터 있어왔다. 심지어 일부 지점에선 직원들이 이 같은 압박 때문에 가족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 청년희망펀드 가입률 추이.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이 때문에 ‘청년희망펀드’는 ‘관제펀드’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정부 정책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을 기업이나 은행권, 혹은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말만 자발적인 기부지, 압박성 모금 행위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정권의 입김에 따라 탄생했던 금융상품들이 처음에만 반짝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유명무실화’되는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 청년 일자리 대책 효용성 놓고 ‘의문 증폭’

재단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청년희망재단은 온리온 기업 채용박람회 등 취업지원 서비스와 맞춤형 인재양성, 글로벌 해외 진출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청년희망재단이 재단의 지원으로 561명 이상의 취업자를 배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채용 박람회 채용 공고 내용을 보면 일반 취업포털의 정보 제공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단순 노무직, 혹은 경력직 채용 등도 포함돼 있어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년 글로벌 보부상 양성’에는 67억5000만원을 배정했지만,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43명에 그쳤다. 이 사업은 국내 기업의 해외지사가 지원자를 채용하는 조건으로 재단이 1년 6개월가량 체재비의 80%를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해당 지원 사업 예산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최근 이를 삭감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뚜렷한 목표나 비전 없이 졸속으로 만들어진 관치성 펀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은행권의 팔을 비틀어 펀드를 만들어놓고, 제대로 관리 없이 운영되고 있다”며 “향후 청년희망펀드 활용 방안에 대해 합리적인 방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금융권이 주도하는 일자리 창출 정책이 다수 시행됐다. 지난 2012년 출범한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대표적이다. 20여 곳의 금융기관들은 이 재단에 4000억원을 출연한 상태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 재단을 두고 ‘금융판 미르재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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