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10일 강원도 문막에서 열린 '허니버터칩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크라운해태제과 윤영달 회장(왼쪽부터), 일본 가루비 마츠모토 아키라 회장, 해태제과 신정훈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크라운해태 >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해태제과의 효자상품 ‘허니버터칩’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허니버터칩 열풍이란 게 언제 있었냐는 듯 소비자들의 관심이 뚝 끊겼다. 한때 3배 가까이 프리미엄이 붙었던 이 과자는 수요 감소로 절반가격에도 구매가 가능하다. 또 245억원을 들여 증설한 신축 공장은 소비 흐름을 읽지 못하고 뒷북을 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연예인도 감탄했던 과자, 2년 만에 개그 소재로

“허니버터칩 한 봉지에서 삶의 희망을 보았다.”

2년 전 가수 겸 배우 소이가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을 먹고 나서 밝힌 짧은 소회다. 소이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연예인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배우 소유진은 “너(허니버터칩) 요즘 나한테 왜 그래. 매력 발산하지 마! 나에게 제발 멀리 떨어져”라고 자신의 SNS에 적었다.

당시 품귀현상까지 빚은 허니버터칩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정가(60g·1500원)의 3배가 넘는 5000원에 판매됐다. 다비치의 멤버 강민경은 “편의점 다섯군데를 다녔다. 어디에도 너는 없다. 환상속의 과자일 뿐이다”고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2014년 여름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허니버터칩 열풍은 식품업계 트렌드를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까지 비쳤다.

900원. 2016년 10월 현재 대형마트와 슈퍼, 편의점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허니터버칩 가격이다. 일부 인터넷 소매점에서는 600원대에 판매되기도 한다. 허니버터칩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유통업체들이 정가보다 할인된 가격에 내놓게 된 것이다. 웃돈까지 줘가면서 먹었던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허니버터칩의 달라진 위상은 유통 현장에서 나타난다. 국내 빅3 편의점 가운데 한 곳에서 허니버터칩의 지난 2분기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17.1%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분기부터 세 분기 연속 매출이 줄었다.

상한가를 달리던 때와 마찬가지로 연예계에서도 반응이 나왔다. 개그맨 남창희는 사람의 인기를 허니버터칩에 비유했다. 그는 한 방송에서 “사람이 쭉 가는 게 아니다. 인생이란 게 리듬이 있는 거라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허니버터칩도 인기가 있다가 없어졌다. 사람들이 많이 찾던 과자지만, 이제는 그렇게까지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 수백억 들여 신축 공장 지었으나 매출액 증가 ‘찔끔’

과자의 인기가 식으면서 증설한 생산시설도 헛물만 켠 꼴이 됐다. 지난 5월 해태제과는 245억원을 투입해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에 ‘허니버터칩 제2공장’을 설립했다. 고객 수요를 도저히 따라잡지 못했던 허니버터칩을 시장에 원활하게 공급하겠다며 내놓은 특단의 조치였다.

당시 해태제과는 기존 1공장과 함께 풀가동되면 허니버터칩의 하루 공급량이 종전 1만5000박스에서 3만 박스로 2배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월 생산량도 75억원에서 150억원으로 늘어 허니버터칩만으로 1800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수출까지 염두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효과는 미미하다. 해태제과에 따르면 현재 두 공장에서 생산하는 허니버터칩의 월 매출은 80억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기존 1공장을 운영했을 때보다 10억원 정도만 늘었을 뿐이다. 딱히 허니버터칩의 부활이 예상되는 시나리오가 없다는 점에서, 허니버터칩의 연매출은 당초 목표의 절반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해태제과가 제2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바꿔 허니버터칩에 대한 물량 조절에 들어갔다고 전한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다소 떨어진 건 사실이나, 미투 상품이 전멸한 상태에서 허니버터칩은 오리지날 ‘달콤한 감자칩’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며 “제2공장은 허니버터칩을 포함해 ‘생생칩’ ‘짱감자칩’ 등을 만드는 감자칩 전문 공장으로 세워진 것으로 100%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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