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일약품이 3세 승계를 위한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제일약품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지주회사 형태로탈바꿈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제일약품은 그동안 단순한 지배구조 속에 한승수 회장이 탄탄한 지배력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돌연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변화엔 그 이유가 있다.

◇ 안정적인 지배구조, 지주회사 추진 이유는?

제약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최근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의 단순했던 지배구조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은 제일약품과 2개의 합작사 한국오츠카제약, 제일야오 뿐이었고, 한승수 제일약품 회장은 본인의 지분 27.31%를 비롯해 총 48.88%의 지분을 가지고 안정적인 지배력을 지켜왔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를 꾀하는 이유로는 ‘승계’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제일약품은 고(故) 한원석 회장이 설립했으며, 그 뒤를 아들인 한승수 회장이 이었다. 1947년생인 한승수 회장은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다. 한승수 회장은 2011년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으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한승수 회장의 아들은 한상철 제일약품 부사장. 1976년생인 그는 이제 곧 마흔 줄에 접어든다. 후계를 위한 준비는 그동안 차근차근 해왔다.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다국적 제약사에서 경험을 쌓은 뒤 2007년 제일약품에 입사했다.

이후 초고속 승진과 함께 회사 내 요직을 섭렵한 그는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하지만 한 가지 숙제가 있다. 오너 경영인으로서 갖춰야 할 지분 지배력이다. 한상철 부사장 본인이 가진 제일약품 지분은 4.66%에 불과하다. 3세 시대를 열기 위해선 한상철 부사장의 지분 확대가 시급한 숙제라 할 수 있다.

지분을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다. 스스로 지분을 매입하거나, 한승수 회장으로부터 증여를 받는 방법이다. 문제는 두 방법 모두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는데 있다. 주식 매입 비용 혹은 증여세가 만만찮다.

지주회사 전환은 이 숙제를 풀어줄 하나의 방법이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사업회사의 지분을 지주회사 지분으로 바꾸면 지금 가진 지분만으로도 10%에 육박하는 지주회사 지분을 얻게 된다. 추가 지분 매입도 지주회사 전환 후가 훨씬 부담이 덜하다. 제일약품이 굳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왜 지금일까. 그 이유는 제도 변경 때문이다. 내년 7월부터는 지주회사 요건이 강화된다. 지금은 자산 1000억원 이상이면 가능하지만, 향후에는 5000억원 이상이어야 지주회사 요건을 맞출 수 있다.

제일약품의 현재 자산규모는 4000억원대다. 즉, 내년 7월 안에 지주회사 전환을 하지 않을 경우 지주회사 전환이 어렵게 된다. 지주회사 전환 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제일약품은 이미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제일약품은 일반의약품 사업부문을 ‘제일 헬스사이언스(가칭)’로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분할기일은 11월 1일이며 오는 3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최종 승인을 거칠 예정이다.

제일약품은 일반의약품보단 전문의약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곳이다. 일반의약품 분할 이후엔 전문의약품 분할과 함께 지주회사 전환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남은 기간은 약 8개월. 제일약품은 더 분부한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주식시장 관계자는 “제일약품이 지주회사 전환 행보를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면, 이는 후계를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지금 시기를 놓칠 경우 자칫 한상철 부사장의 지분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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