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KIST 현황보고를 받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송민순 회고록’ 논란의 예방주사는 이미 맞았다. 이번 진실공방이 ‘제2의 NLL 포기발언 논란’으로 비춰진다는 점에서 문재인 전 대표 진영에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정작 고민은 다른 데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계자임이 재차 환기된 점이다.

새누리당의 선거통들은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나오면 우리 쪽에서 누굴 내세워도 이길 수 있다”는 말을 공공연히 해왔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문재인은 한이 많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지지층 결집은 쉽겠지만, 호남을 포함해 중도 확장성은 누구보다 떨어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노무현 딜레마’라고 표현했다. 친노의 상속자로서 당내 경선을 쉽게 가자니 본선이 어렵고, 독자노선을 천명하자니 당내 경선이 힘들다는 의미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문 전 대표가 친노의 상속자로서, ‘노무현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복수정치’를 할 것이라는 암시만 줘도 성공이라는 얘기다. 경제발전과 안정을 원하는 기득권과 중도층의 표심이 ‘복수정치’를 원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서 비롯됐다.

물론 문 전 대표 측 인사들도 이 같은 약점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꾸준히 준비해 왔다”고 측근들은 말한다. 실제 문 전 대표의 19대 국회 의정활동은 ‘노무현의 후계자’가 아닌, ‘정치인 문재인’으로의 성장과정이나 다름없다. 당대표를 맡아 지도력을 시험받았고, 각 분야의 인재를 영입해 집권을 위한 기틀도 마련했다.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종인 전 대표도 당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친노 보다 친문이라는 말이 더 일반화될 정도다. “지난 대선과는 다를 것”이라고 측근들이 호언하는 이유다.

‘송민순 회고록’ 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가 흥분해서 해명하고 나서봐야 ‘노무현의 후계자’라는 과거 이미지만 부각될 뿐이라는 판단에서다. 새누리당 지지층 결집을 위한 행동에 굳이 맞장구 쳐줄 필요가 없다는 전략도 깔려있다.

▲ 국정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 <뉴시스>
문제는 문 전 대표의 충성도 높은 지지층 상당수가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세력에 대한 ‘정치적 복수’를 원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송민순 회고록’과 같은 사건이 계속 나올 경우, 이들 사이에서는 ‘왜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느냐’는 불만이 쌓일 수 있다. 문 전 대표가 ‘노무현의 그림자’를 지우려 한다면, 고정 지지층의 이탈도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대목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공공연히 ‘복수’를 말한다. “일베를 잡으려고 끝까지 간다”, “북한 결재의 원조는 박정희”, “박근혜 독재정권과 전쟁선포”, “권력을 잡으면 목숨을 걸고 청산” 등은 그가 언론이나 SNS 등에서 한 말이다. 속을 뚫어준다는 의미에서 지지층들은 이른바 ‘사이다 발언’으로 여기고 열광하고 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며 반 새누리당 정서를 가진 강경 야권 지지층으로 분석된다. 문 전 대표가 중도확장에 나선다면 가장 먼저 설득해야할 계층이기도 하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향후 경선과정에서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의 대결구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복수를 원하는 지지층을 문 전 대표가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의 문제다. 이 과정에서 매끄러운 설득이 이뤄질 경우, 문 전 대표의 대권행보가 한 결 수월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 전 대표 측의 한 관계자는 “중요한 문제다. 굉장히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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