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단스마트시티 3D 조감도.<코리아스마트시티(KSC) 영상 캡처>
‘한국판 두바이’로 불리는 검단스마트시티가 모래 위 신기루로 전락할 위기다. 계약 당사자인 인천도시공사와 두바이가 의견 충돌을 계속하면서 결국 기본협약 체결이 무산됐다. 중동 오일머니 유치를 통한 첨단 주거지역의 꿈이 시작부터 삐걱대며 낙후된 지역의 발전을 기대한 주민들까지 등을 돌리고 있다.

◇ 평행선 달리는 협상테이블

검단스마트시티는 인천 서구 검단새빛도시 1118만㎡ 중 일부인 470만㎡를 첨단 자족도시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정보통신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고 업무‧주거‧오락‧교육기능을 갖춘 자족도시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첨단 기업과 대학이 즐비한 두바이 스마트시티가 롤모델이다.

특히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길을 수행하며 얻어온 성과물이라며 남다른 의욕을 보였다. 한국의 정보통신 기술력과 두바이 홀딩그룹의 스마트시티 개발 경험을 결합해 시너지효과를 내겠다는 목적으로 야심차게 추진했다. 올해 1월 두바이 스마트시티와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고 두바이 국영기업 스마트시타사의 한국법인 ‘코리아스마트시티(KSC)’도 세웠다. 자베르 빈 하페즈 두바이 스마트시티 최고경영자가 이사로 등록된 특수목적 법인이다.

기본 판이 꾸려졌는데 정작 세부사항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불발이 계속돼 시간만 흐르고 있다. 이달 4일 인천시청에서 열릴 예정이던 ‘검단스마트시티 기본협약서 체결식’은 무기한 연기됐다. 사업에 5조원가량을 투자하는 가격협상에는 합의를 이끌어 냈지만 세부사항에 이견이 제기돼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가장 큰 이견을 보인 것은 ‘경제자유구역(FEZ)’ 지정 이슈다. 검단스마트시티 사업 추진을 위해선 경제자유구역 지정이 필수적이다. 인천시는 FEZ 선정이 불발될 경우 두바이측에 1000억원의 배상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측은 경제자유구역 지정 책임이 인천시에 있다며 의견이 엇갈렸다. FEZ로 지정되면 외국 기업인 두바이는 토지를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

두바이 측이 내야할 이행보증금 규모를 두고도 양측의 의견이 엇갈렸다. 인천시는 2600억원을 요구했지만, KSC는 780억원 정도를 원해 차이가 크다. 이행보증금 납부기간도 논의가 필요하다. 시는 협약서 체결 후 한 달 안에 현금납부를 원했다. KSC는 체결 후 납기일을 정하길 원해, 결국 체결식이 연기됐다.

◇ 세부사항 이견… 주민들, 발만 동동

▲ 지난 6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코리아' 사업 설명회에 자버 빈 하페즈 스마트시티두바이 대표(왼쪽 첫번째)와 유정복 인천시장(왼쪽 네번째)이 참석했다.<뉴시스>
체결 불발 이후 양측은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계약 당사자’ 선정 문제가 새롭게 대두돼 순조로운 합의는 어려울 전망이다. 인천시는 두바이 본사와의 직접 계약을 원하고 있다. ‘검단스마트시티 조성사업 협약서’ 서명도 두바이 국영기업 스마트시티사에 요구했다. 사업 안전성을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코리아스마트시티 측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수목적 한국법인인 코리아스마트시티가 협약 체결 당사자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코리아스마트시티 관계자는 “합작법인을 일부러 설립했는데 이를 건너뛰고 최대주주나 모기업에 직접 서명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느냐”며 “국제관례를 넘어 일반 상식에서도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인천시의 협상력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17일 열린 ‘인천도시공사 주요업무보고’에서 인천시의회 이한구 의원은 “어느 누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의 시작을 선포하는 행사에 참여하느냐”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4일 기본협약 체결이 무산되고 이틀 후인 6일 ‘스마트시티 코리아 공식 사업 설명회’를 열고 공식 석상에 올랐다. 이 의원은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은 시장이 바닥을 치는 투자유치 사업 실적을 만회하기 위한 ‘보여 주기식' 성과를 위해 참석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사업 무산론까지 대두되는 가운데 가장 큰 피해자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다. 검단지역 주민들은 2006년 정부의 ‘검단신도시 개발계획’ 발표 후 10년간 유치 사업이 번번이 무산되면서 애를 태웠다. 검단신도시연합대책위원회는 7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상 타결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검단 주민들은 택지개발촉진법에 의해 저가 보상만 받고 쫒겨나야 했다”며 “10년이란 긴 시간동안 주민들은 개발만 기다렸는데, 인천시장은 이제라도 주민 편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KSC 관계자는 “현재 인천시랑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이번 달 안으로 기본협약서 체결식을 다시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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