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이 끊이지 않는 산재 사망사고로 또 다시 특별근로감독을 받고 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10명. 올해 들어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자 수다. 아직 10월이 채 지나지 않았으니, 한 달에 한 명 꼴로 사망자가 발생한 셈이다. 고용노동부가 강도 높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현대중공업도 자체 대책을 연이어 내놓았지만 별반 효과가 없다.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6개월 만에 특별근로감독… 역대 최다 인원 투입

고용노동부는 지난 19일부터 현대중공업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다. 2주간 진행될 이번 특별근로감독엔 역대 최대 규모인 52명의 전문인력이 투입된다. 그만큼 강도 높고 철저한 감독을 펼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가 이처럼 적극성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말~5월초에도 현대중공업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일주일 새 3명이 사망하는 등 산재 사망사고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당시 35명의 전문인력이 투입돼 253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현대중공업의 산재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 12일엔 올 들어 10번째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감독 당국으로서 난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고용노동부는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더 강도 높은 특별근로감독에 나섰다.

◇ “보여주기식 대책은 아무 의미 없다”

▲ 2016년 현대중공업 산재 사망사고 일지. <시사위크>
현대중공업 역시 잇따른 산재 사망사고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엔 안전 강화를 위해 3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일주일 새 3명이 숨진 지난 4월에는 창사 이래 첫 자체 전면 작업중단이라는 조치를 내리고 대대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한 바 있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안전관련 예산 확대, 안전조직 및 교육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긴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고, 기본적인 안전수칙과 이에 대한 상벌규정을 담은 ‘안전 절대수칙’을 시행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은 산재 사망사고를 전혀 막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의 올해 첫 산재 사망사고는 지난 2월 발생했다. 3월에도 1명이 사망했고, 4월에는 3명이 사망했다. 7월에도 2건, 8월부터 10월까진 아예 매달 1건씩 꼬박꼬박 산재 사망사고가 터지고 있다. 특히 모든 산재 사망사고는 추락이나 깔림, 끼임 등 아주 기본적인 사고였다.

어느덧 10명. 2014년의 8명을 일찌감치 뛰어넘는 수치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시민·노동·사회단체에 의해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꼽힌 바 있다. 올해 추세를 보면, 내년에도 현대중공업이 불명예를 안을 가능성이 크다.

노동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 “핵심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겉만 번지르한 대책을 내놓을 뿐, 근본 원인에 대해선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지난 4월 연이은 산재 사망사고 발생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현재 조선업 중대재해 다발의 구조적 원인은 명확하다. 원청 사업주는 안전보건관리를 뒤로 한 채 하청업체에 대해 계약해지를 남발하며 오로지 원가절감과 공기단축에만 열을 올리고, 고용노동부는 이를 방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원청과 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계약에 따른 원청의 갑질과 하청업체들의 생존의 어려움에 따른 안전조치 방기라는 근본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고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후에도 비슷한 유형의 산재 사망사고가 계속 발생했다.

노동건강연대 박혜영 노무사는 “그나마 사망사고만 외부로 알려지는데, 10명이 죽었다는 것은 엄청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동안 꾸준히 현대중공업의 산재 사망사고에 대해 지적했음에도 올해 또 이렇게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여주기식 안전대책은 아무 의미 없다. 가장 위험한 현장에 내몰린 협력업체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말을 할 수 있게 하고, 그들이 진짜 안전을 챙길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현대중공업은 사내하청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협력업체에서 누군가 문제를 제기하면 폐업해버리는 식으로 무마한다. 그런 구조가 사람을 죽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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