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 기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긍정평가는 크게 하락한 반면, 부정평가는 증가했다는 결과를 내놨다. <데이터=한국갤럽, 리얼미터>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복수의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정권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이 임기 말로 갈수록 ‘우하향’ 됐다는 전례를 감안하면 추가하락 가능성도 크다. 지지율 연착륙과 성공한 정권으로 남기 위해서는 청와대의 태도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발표된 <리얼미터> 주중동향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4.2% 떨어진 27.2%로 집계됐다. 최근의 지지율 변화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큰 폭의 하락이다. 무엇보다 이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취임 후 최초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 레임덕 마지노선 붕괴, 최순실 의혹확산이 원인

2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도 하락세가 계속됐다. 10월 1주차 29%로 30%대 지지율이 무너지더니 3주차 발표에서는 25%까지 하락했다. 이 역시 한국갤럽 조사에서 최저치다. 반면 같은 기간 부정평가는 57%에서 64%까지 급증했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최순실 의혹 확산’이 공통적으로 지목됐다. 리얼미터는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최순실/미르재단 의혹’이 부정평가 이유로 새롭게 등장했다.

▲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율을 살펴보면 집권 4년차 이후 우하향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위기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집권 5년차 식물정부가 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데이터=한국갤럽>
문제는 이 같은 지지율 하락흐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율을 살펴보면, 각종 현안에 따라 등락하던 집권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부터는 ‘우하향’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특히 집권 4년차에 터진 악재는 권력교체기와 맞물리면서 ‘레임덕’의 신호탄이 됐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4년 차에 정경유착 비리가 터지고, IMF 사태로 이어지면서 완전히 국정동력을 상실했다. 김대중 정부도 4년차 ‘진승현 게이트’ 등 각종 게이트 사건이 터졌다. 노무현 정부 4년 차에는 이른바 ‘바다이야기’ 인허가 비리의혹이 터지면서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됐다. 12%까지 떨어졌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동정여론에 힘입어 이례적으로 5년차에 회복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식물정부가 되는 것을 피하지는 못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저축은행 비리에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연루되고, 재보선에서 참패하는 등 4년차 징크스가 나타났다. 이는 이명박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던 박근혜 당시 의원으로 급속하게 힘의 무게추가 기우는 계기가 됐다.

◇ ‘집권 4년차 징크스’ 직면한 박근혜 정부

집권 4년차 3분기까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2%로 이명박(37%), 김영삼(34%) 전 대통령 보다는 낮고 김대중(28%), 노무현(16%) 전 대통령 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이번 논란을 잘 수습한다면 연착륙이 가능하지만, 의혹을 더 키울 경우에는 김영삼 정부와 마찬가지로 급격하게 레임덕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 현 시점이 정권의 최대 위기임은 분명하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을까.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장시간을 할애해 관련 의혹을 해명하고 나섰다. ‘최순실’이나 ‘미르재단’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나, ‘유언비어’라고 한 마디로 일축한 전과는 다른 반응이다. 그만큼 청와대도 위기상황임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씀을 드려야할 것 같다”며 “재단들이 저의 퇴임 후를 대비해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익창출을 확대하고자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 두 재단의 성격으로 알고 있다”며 “민간이 앞장서고 정부는 지원하는 방식으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두 축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 조사내용 : 한국갤럽 정례조사
▲ 조사기관 : 한국갤럽
▲ 조사대상 :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18명
▲ 조사기간 : 2016년 10월 18~20일
▲ 조사방법 : 유무선 전화면접
▲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p
▲ 응답률 : 18.7%

▲ 조사내용 : 리얼미터 정례조사 주중집계
▲ 조사기관 : 리얼미터, 매일경제
▲ 조사대상 : 전국 19세 이상 남녀 1529명
▲ 조사기간 : 2016년 10월 17~19일
▲ 조사방법 : 유무선 ARS 및 전화면접, 스마트폰앱
▲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2.5%p
▲ 응답률 : 10.4%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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