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발표된 <리얼미터> 주중동향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4.2% 떨어진 27.2%로 집계됐다. 최근의 지지율 변화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큰 폭의 하락이다. 무엇보다 이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취임 후 최초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 레임덕 마지노선 붕괴, 최순실 의혹확산이 원인
21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도 하락세가 계속됐다. 10월 1주차 29%로 30%대 지지율이 무너지더니 3주차 발표에서는 25%까지 하락했다. 이 역시 한국갤럽 조사에서 최저치다. 반면 같은 기간 부정평가는 57%에서 64%까지 급증했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최순실 의혹 확산’이 공통적으로 지목됐다. 리얼미터는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최순실/미르재단 의혹’이 부정평가 이유로 새롭게 등장했다.
김영삼 정부에서는 4년 차에 정경유착 비리가 터지고, IMF 사태로 이어지면서 완전히 국정동력을 상실했다. 김대중 정부도 4년차 ‘진승현 게이트’ 등 각종 게이트 사건이 터졌다. 노무현 정부 4년 차에는 이른바 ‘바다이야기’ 인허가 비리의혹이 터지면서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됐다. 12%까지 떨어졌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동정여론에 힘입어 이례적으로 5년차에 회복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식물정부가 되는 것을 피하지는 못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저축은행 비리에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연루되고, 재보선에서 참패하는 등 4년차 징크스가 나타났다. 이는 이명박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던 박근혜 당시 의원으로 급속하게 힘의 무게추가 기우는 계기가 됐다.
◇ ‘집권 4년차 징크스’ 직면한 박근혜 정부
집권 4년차 3분기까지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2%로 이명박(37%), 김영삼(34%) 전 대통령 보다는 낮고 김대중(28%), 노무현(16%) 전 대통령 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이번 논란을 잘 수습한다면 연착륙이 가능하지만, 의혹을 더 키울 경우에는 김영삼 정부와 마찬가지로 급격하게 레임덕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 현 시점이 정권의 최대 위기임은 분명하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을까.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태도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장시간을 할애해 관련 의혹을 해명하고 나섰다. ‘최순실’이나 ‘미르재단’을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나, ‘유언비어’라고 한 마디로 일축한 전과는 다른 반응이다. 그만큼 청와대도 위기상황임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씀을 드려야할 것 같다”며 “재단들이 저의 퇴임 후를 대비해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익창출을 확대하고자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 두 재단의 성격으로 알고 있다”며 “민간이 앞장서고 정부는 지원하는 방식으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두 축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 조사내용 : 한국갤럽 정례조사 ▲ 조사내용 : 리얼미터 정례조사 주중집계 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