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오른쪽) 전 국민의당 상임대표가 지난 8월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형규 목사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정계 복귀를 선언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의 지난 ‘러브콜’에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는 손 전 대표에게 사실상 “당의 전권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의 저서 ‘나의 목민심서 강진일기’에 적힌 내용이다. 이에 따라 ‘정치적 상상’으로만 여겨지던 손학규-안철수 연대론에 다시 불이 붙었다. ‘박지원 체제’로 안정을 찾아가던 국민의당에는 ‘안철수 사당’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손 전 대표는 저서에 “술을 전혀 못하는 걸로 알았던 안철수 의원이 만남에서 막걸리 한 잔을 마신 뒤 국민의당으로 오라면서 새로운 당명을 포함해 모든 당 운영에 대해 나한테 열겠다는 말을 했다. 진정성이 느껴져 나도 진심을 얘기했다”고 적었다. 안 전 대표의 주도로 창당된 국민의당의 운영방식, 당의 명칭 등 ‘전권’을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이다.

손 전 대표는 저서에서 “이명박·박근혜 10년 정권이 나라를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놓았는데 이걸 바로잡으려면 10년이 넘게 걸릴 거다. 그러니 우리 둘이 힘을 합쳐 10년 이상 갈 수 있는 정권교체를 합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국민의당의 전권을 넘기겠다는 안 전 대표의 제안에 긍정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읽힌다.

안 전 대표도 이같은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21일 손 전 대표의 저서 내용이 사실이냐고 묻는 질문에 “아직 책을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언론보도를 통해서 본 전체적 맥락을 봤을 때 그대로 쓰신 것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당이 다시 ‘안철수 사당’ 논란에 휩싸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대표직을 내려놓은 안 전 대표가 손 전 대표의 영입을 위해 당의 ‘전권’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맥락에서다. 국민의당은 안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갖추고 전당대회 준비를 위한 당헌·당규 작업을 마무리하는 등 당의 골격을 갖춰가고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달 말 비대위원장-원내대표 겸직체제를 해소하고 ‘2기 비대위’를 꾸리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손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 입당할 경우 실제로 ‘전권’을 가질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안 전 대표와의 ‘사전 합의’가 있었다고 해도 정당은 당의 ‘헌법’인 당헌·당규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지난달 ‘전당원투표제’가 담긴 당헌·당규 제·개정안을 확정했다. 오는 28일에는 차기 비대위원장을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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