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유가 등의 원인으로 해외 건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연말 플랜트 부문 등 조직 개편을 실시한 예정이다.<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올해 연말 건설업계가 혹한의 겨울을 보내게 될 전망이다. 해외 수주 부진 등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대규모 감원 바람이 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건설사 대부분이 플랜트 부문의 조직 개편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분야 인력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고된다.

◇ 저유가 기조에 맥 못 추는 해외시장

2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날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올린 수주액은 총 22조3710억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기록한 40조8272억원에 비해 45%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공사건수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해외에서 420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건설사들은 지난해 같은 기간 532건의 계약을 했다.

이는 저유가 기조 등의 이유로 대형 건설사들이 부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간 세계에서 K-건설의 위상을 떨쳐온 대형 건설기업들의 올해 성적표는 시원치 않다.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이고 있는 곳은 GS건설이다. GS건설은 지난해 10개월 간 해외에서 4조7364억의 수주를 기록하면서 1위 현대엔지니어링의 뒤를 이었다. 하지만 올해 성적은 1조7381억원으로 급감했다. 1년 사이에 무려 63%가까이 추락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GS건설은 올해 해외 분야의 조직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연말 GS건설이 플랜트 부문의 인력을 대거 주택사업부로 이동시키는 개편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GS건설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시장에서의 부진은 저유가 기조가 계속된 탓”이라면서 “다만 주요 건설사 가운데 GS건설의 하락폭이 유독 큰 이유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좀 더 살펴봐야할 문제”라고 말했다.

대림산업도 지난해 동기 대비 2조 가까이 줄어들었다. 10월 현재까지 수주액은 6909억원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대림산업은 같은 기간 2조6298억원의 계약을 해외에서 체결했다. 이에 대림산업도 해외 플랜트 쪽 신규 채용을 줄여 몸집 줄이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달 만에 3조 클럽 가입을 눈앞에 뒀던 대우건설도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이 기간 2조8148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인 대우건설의 올해 실적은 초라하다. 10월 현재까지 7139억원을 실제 계약으로 성사시켰다. 다만 대우건설의 경우 다른 기업에 비해 다소 고무적인 상황이다. 8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앞두고 있어서다.

지난 9월 대우건설은 카타르 공공사업청이 발주한 이링(E-ring) 고속도로 확장 공사 LOA(낙찰통지서)를 접수했다. 이 공사는 지난 8월 취임한 박창민 신임 사장이 해외에서 달성한 수주 1호이기도 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만간 실제 계약이 체결되면 그간 부진했던 해외 시장에서 어느 정도 만회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면서 “해마다 조직 개편을 해왔던 만큼 올해 역시 해외 시장과는 무관하게 조직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건설 맏형 현대 ‘체면치레’, 시평 1위 삼성 ‘독야청청’

건설업계 맏형 현대건설은 간신히 체면을 살렸다. 현대건설은 올해 2조3598억원을 해외에서 수주했다. 지난해 동기 2조4404억원과 비교했을 때 현상유지는 한 셈이다. 현대건설도 국내 주택시장 보다 리스크가 큰 해외 분야에서 변화의 바람이 감지된다. 업계에서는 컨소시엄을 통한 업무 교류가 잦았던 건설과 엔지니어링의 엔지니어들을 통합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3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 기업인 삼성물산만이 해외에서 순항 중이다. 주요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 개선 폭이 크다.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2조744억원의 계약을 성사시킨 삼성물산은 올해 5조3663억원의 계약액을 달성했다.

이미 삼성물산은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말 기준 7952명이던 인력은 올해 상반기 기준 7084명으로 900여명 가까이 줄었다. 최근에는 주택사업부를 없애는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플랜트와 발전 분야도 조만간 통합이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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