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투명경영 위주로 기업문화를 바꾸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그룹 쇄신안을 밝히고 있다. <시사위크 범찬희 기자>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롯데그룹이 투명 경영 강화를 위한 그룹 쇄신안을 발표했다. 이번 쇄신안은 지난 19일 종료된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해 환골탈태하겠다는 롯데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 그룹 컨트롤타워 정책본부 축소, 호텔롯데도 상장 재도전

25일 롯데그룹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경영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날 자리에는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정책본부 주요 임원과 23개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참석했다.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기자회견 장소에는 수백명의 취재진이 몰려 신동빈 회장이 내놓을 롯데그룹 쇄신안에 눈과 귀를 집중했다.

단상에 오른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검찰수사로 다시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신 회장은 또 “롯데는 지금까지 국민과 국가 사회의 도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복잡한 지배구조와 권위적 의사결정구조로 인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적 기대를 만족시키는데 많은 부족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회장은 새로운 롯데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그룹 차원의 쇄신안을 발표했다. 주요 쇄신안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준법경영위원회 구축 ▲투명한 지배구조 구축을 위한 지주회사 전환 ▲호텔롯데 상장 ▲외부 기관의 진단을 통한 그룹 정책본부 개편 등이다.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 뜻도 담겼다. 롯데는 향후 5년간 40조원을 투자해 7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3년 간 1만명의 비정규직도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롯데가 밝힌 준법경영위원회(Compliance committee)는 그룹의 준법 경영을 책임지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은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켜 계열사 전반에 걸쳐 경영 실태를 점검하고 개선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자산 1조원 이상 계열사에 위원회를 필수적으로 설치해 투명경영위원회와 함께 준법경영을 뿌리내리게 한다는 방침이다.

정책본부도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간다. 2004년 10월 설립된 정책본부는 그 규모가 확대되면서 대내외적으로 부작용이 생겨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롯데가 개편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정책본부는 총 7개 부서와 부설 조직 2곳으로 구성돼 있다. 근무 인원은 약 300명 정도다. 롯데는 앞으로 그룹 차원의 판단이 필요한 업무만 본부에 남길 계획이다. 다만 아직 밑그림이 그려졌을 뿐이다. 롯데는 앞으로 외부 전문가를 들여와 점차적으로 조직을 줄여간다는 계획이다.

▲ 25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신동빈회장과 정책본부 주요임원,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최근 검찰수사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시사위크 범찬희 기자>

질적 성장을 우선시하는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도 약속했다. 신 회장은 “Asia Top10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 아래 외형 확대에 치중했으나, 앞으로는 사회와 산업 생태계를 고려한 질적 성장을 전환해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좋은 기업이 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로 중단됐던 호텔롯데도 상장을 추진한다. 호텔롯데의 상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신동빈 회장이 직접 국민들에게 약속한 그룹의 핵심 과제다. 롯데는 당초 상장 목적에 부합하도록 공모구조를 다시 검토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호텔롯데 외에도 우량 계열사를 차례로 상장시켜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을 이뤄갈 것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롯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주회사 전환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신 회장은 “가까운 시일 내에 순환 출자를 완전히 해소해 복잡한 구조를 정리해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다.

◇ 7만명 신규 채용하고 비정규직 1만명도 정규직으로 전환

투자와 고용을 확대해 국민에게 사랑받는 롯데가 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롯데는 2021년까지 7만명을 신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내년부터는 전년 대비 10% 이상씩 청년 고용 중심으로 바꿔나간다는 방안도 내놨다. 여성인재의 비율도 40%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비정규직 정책도 마련했다. 롯데는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 1만명을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구체적으로 유통 계열사 5000명·식품 계열사 3000명·금융 기타 계열사 2000명이 그 대상이다. 이 외에도 근속과 능력을 고려한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상시적으로 부여해 일자리의 질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은 “50년 전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일념으로 롯데를 창업하신 신격호 총괄회장님의 ‘기업보국’ 정신을 이어가겠다”면서 “앞으로 롯데그룹은 국민이 바라는 가치와 요구에 부응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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